김정은 '영변 핵시설 폐기' 카드 꺼냈지만… 美 상응조치 조건 달아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9·19 평양 공동선언
'한반도 비핵화' 합의
김정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발사대 영구 폐기"
문 대통령 "김 위원장, 비핵화의 길 명확히 보여줬다"
핵 리스트·사찰 등 '알맹이' 빠져…美 기준 못미쳐
전문가들 "구체성 떨어져…낙관과 비관의 중간"
'한반도 비핵화' 합의
김정은 "동창리 미사일 시험장·발사대 영구 폐기"
문 대통령 "김 위원장, 비핵화의 길 명확히 보여줬다"
핵 리스트·사찰 등 '알맹이' 빠져…美 기준 못미쳐
전문가들 "구체성 떨어져…낙관과 비관의 중간"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발표한 ‘9·19 평양공동선언’의 핵심은 두 가지다. 우선 김정은이 “한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겠다”고 공개적으로 언급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의 국제사찰을 수반한 불능화를 제시한 것도 의미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2009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감시원 철수 이후 북한이 핵·미사일 시설을 사찰받겠다고 한 것은 약 9년 만이다.
◆남북 “비핵화의 길 제시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9·19 평양선언에서 과거 정상회담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에 송출되는 생중계 방송에서 김정은이 처음으로 비핵화에 대한 의지와 로드맵을 제시했다.
‘4·27 판문점선언’과 ‘6·12 센토사선언’에서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의 의지를 공동선언문에 명기했을 뿐, 육성으로는 핵과 관련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날 합의문 서명식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오늘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의지의 재확인을 넘어 비핵화 조치를 위한 구체안이 조만간 실현될 것이란 전망이다. 공동선언문 5조에는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였다’고 명기됐다.
이를 위해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5조1항)하기로 했다. 동창리는 북한 ICBM 기술의 산실로 불리는 곳이다. 지난 6월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군 유해 송환과 함께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로 제공한 조치다. 당시 북측은 외부 검증 없이 ‘셀프 폭파’를 녹화 방송했다. ‘쉽게 재건할 수 있는 시설’이라는 회의론이 일자 김정은은 이달 5일 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으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제사회의 의심에 섭섭함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북 협상 재개 불씨 살렸지만…
북한은 핵시설에 대해서도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5조2항)’고 밝힘으로써 한걸음 나아간 조치를 내놨다. 다만 IAEA 사찰 등 국제사회의 감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변 핵시설은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이후부터 줄곧 세계의 관심을 끌어온 곳이다. 지난달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위성 이미지를 통해 감시한 결과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로 보이는 영변 핵단지의 규모가 2010년 이후 두 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IAEA의 영변 핵시설 사찰은 2009년 종료됐다.
전문가들은 이날 남북 합의문을 두고 “낙관과 비관의 중간”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불거진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의 불씨를 살려놨다는 점에선 낙관론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도 선언문 발표 약 1시간 만에 자신의 트위터에 “매우 흥분된다”고 적었다.
향후 북핵 협상의 관건은 북한이 미국의 상응조치, 다시 말해 종전선언의 대가로 내놓은 영변 핵시설 폐기안을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일 것이냐다. 북핵 협상에 관해 우리 정부는 중재만 할 뿐 결과는 미국과의 담판에 달려 있다. 미 국무부는 전일에도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없인 종전선언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마지막 양자협상인 2007년 ‘베를린선언’을 통해 중유 50만t 공급의 대가로 IAEA 사찰을 통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약속했었다.
전문가들이 종전선언을 위해선 소위 ‘현재 핵’이라 불리는 보유 핵무기·시설의 ‘리스트’를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정의용 실장은 “공동선언 내용 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이달 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양공동취재단/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
◆남북 “비핵화의 길 제시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9·19 평양선언에서 과거 정상회담과 다른 모습을 보였다. 전 세계에 송출되는 생중계 방송에서 김정은이 처음으로 비핵화에 대한 의지와 로드맵을 제시했다.
‘4·27 판문점선언’과 ‘6·12 센토사선언’에서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의 의지를 공동선언문에 명기했을 뿐, 육성으로는 핵과 관련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았다. 하지만 김정은은 이날 합의문 서명식에서 “조선반도를 핵무기도 핵위협도 없는 평화의 땅으로 만들기 위해 적극 노력해나가기로 확약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김정은 위원장이 오늘 한반도 비핵화의 길을 명확히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의지의 재확인을 넘어 비핵화 조치를 위한 구체안이 조만간 실현될 것이란 전망이다. 공동선언문 5조에는 ‘실질적인 진전을 조속히 이루어나가야 한다는 데 인식을 같이하였다’고 명기됐다.
이를 위해 북측은 동창리 엔진시험장과 미사일 발사대를 유관국 전문가들의 참관하에 우선 영구적으로 폐기(5조1항)하기로 했다. 동창리는 북한 ICBM 기술의 산실로 불리는 곳이다. 지난 6월 미·북 정상회담 이후 미군 유해 송환과 함께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선물’로 제공한 조치다. 당시 북측은 외부 검증 없이 ‘셀프 폭파’를 녹화 방송했다. ‘쉽게 재건할 수 있는 시설’이라는 회의론이 일자 김정은은 이달 5일 문 대통령의 특별사절단으로 방북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만난 자리에서 “국제사회의 의심에 섭섭함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다.
◆미·북 협상 재개 불씨 살렸지만…
북한은 핵시설에 대해서도 ‘미국이 상응조치를 취하면’이라는 조건을 달긴 했지만 ‘영변 핵시설의 영구적 폐기와 같은 추가적인 조치를 계속 취해나갈 용의가 있다(5조2항)’고 밝힘으로써 한걸음 나아간 조치를 내놨다. 다만 IAEA 사찰 등 국제사회의 감시는 언급하지 않았다.
영변 핵시설은 1993년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한 이후부터 줄곧 세계의 관심을 끌어온 곳이다. 지난달 아마노 유키야 IAEA 사무총장은 월스트리트저널과의 인터뷰에서 “위성 이미지를 통해 감시한 결과 북한의 우라늄 농축 시설로 보이는 영변 핵단지의 규모가 2010년 이후 두 배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IAEA의 영변 핵시설 사찰은 2009년 종료됐다.
전문가들은 이날 남북 합의문을 두고 “낙관과 비관의 중간”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지난달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 취소로 불거진 미·북 비핵화 협상 재개의 불씨를 살려놨다는 점에선 낙관론에 힘이 실린다. 트럼프 대통령도 선언문 발표 약 1시간 만에 자신의 트위터에 “매우 흥분된다”고 적었다.
향후 북핵 협상의 관건은 북한이 미국의 상응조치, 다시 말해 종전선언의 대가로 내놓은 영변 핵시설 폐기안을 트럼프 행정부가 받아들일 것이냐다. 북핵 협상에 관해 우리 정부는 중재만 할 뿐 결과는 미국과의 담판에 달려 있다. 미 국무부는 전일에도 ‘FFVD(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 없인 종전선언도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북한은 미국과의 마지막 양자협상인 2007년 ‘베를린선언’을 통해 중유 50만t 공급의 대가로 IAEA 사찰을 통한 영변 핵시설 폐기를 약속했었다.
전문가들이 종전선언을 위해선 소위 ‘현재 핵’이라 불리는 보유 핵무기·시설의 ‘리스트’를 제출해야 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이와 관련, 정의용 실장은 “공동선언 내용 외에도 많은 논의가 있었다”며 “이달 24일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의 속도를 낼 수 있는 방안들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평양공동취재단/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