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남북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심을 받았던 통일펀드가 맥을 못 추고 있다. 뜨겁게 달아올랐던 남북경협주가 상승분을 반납하면서 수익률이 악화되고 설정액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과거 정부의 ‘통일 대박론’을 등에 업고 주목받았다가 ‘반짝인기’에 그친 전례가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16일 펀드평가사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에 출시된 통일펀드 10개는 최근 3개월 동안 평균 7.80% 손실을 냈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4.41%)를 밑도는 부진한 성과다. 남북경협주가 상승세를 탔던 지난 4월 한 달 동안엔 통일펀드가 평균 3.46% 수익을 내며 관심을 끌었다. 하지만 건설주 등의 주가가 고꾸라지면서 6월에는 한 달 만에 5.24% 손실을 내 수익률을 갉아먹었다.

통일펀드는 남북 관계가 개선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면서 관심을 받았다. 남북 정상회담이 이뤄진 4월 이후 통일펀드에는 약 500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같은 기간 액티브 주식형펀드에서 2169억원이 빠져나간 것과 대조적이다. 6월에는 새로운 통일펀드가 속속 등장하면서 189억원이 새로 들어왔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자금이 빠져나가고 있다. 최근 한 달 동안 17억원 줄었다.

일각에서는 전 정부의 ‘통일 대박론’에 힘입어 잠깐 인기를 끌었다가 소외된 전례를 다시 밟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남북관계 개선 기대가 컸던 2014년에도 4월에 통일펀드가 쏟아졌다가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시장 전문가들은 과거 쏟아진 ‘1세대 통일펀드’와 달리 최근의 ‘2세대 통일펀드’는 투자 매력이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투자 대상이 다변화돼서다. 김재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1세대 통일펀드가 북한경제원조 비료 농약 등 정부 지원 관련주에 집중 투자했다면 2세대 통일펀드는 자본재 소재 운송 등 다양한 업종으로 투자 대상을 넓혔다”며 “건설 전기장비 기계 등 주요 투자 대상 업종이 상반기보다는 하반기, 3분기보다는 4분기 실적 증가율이 높아 성과를 기대할 만하다”고 분석했다.

펀드 특성상 장기적인 관점으로 지켜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김후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독일은 통일 후 28년이 지났는데도 동서독 경제 격차가 존재할 만큼 경제 개발은 장기 과제”라며 “통일과 관련된 투자는 계획과 실행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20~30년 뒤 사용할 은퇴자금 등 호흡이 긴 투자에 적합하다”고 설명했다.

나수지 기자 suj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