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0개월 만에 정상회담을 하고 경제분야와 대북문제 등에서 긴밀히 협력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2012년 일본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를 국유화한 후 악화일로를 걷던 양국 관계가 미국발(發) 통상전쟁을 계기로 급속히 가까워지는 모습이다.

시 주석과 아베 총리는 12일 동방경제포럼이 열리고 있는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약 40분간 정상회담을 했다. 두 정상은 양국 관계 개선에 더욱 속도를 내고 양 정상이 상호 방문하는 셔틀외교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했다.

아베 총리는 중·일 평화우호조약 체결 40주년을 맞는 다음달 23일 중국 방문을 추진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시 주석에게 자신의 방중 이후 가급적 이른 시일에 일본을 방문해줄 것을 요청했으며 시 주석은 “잊지 않고 마음에 새겨두겠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내년 6월 오사카에서 열리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 주석의 일본 방문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시 주석이 심혈을 기울여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一帶一路:육상·해상 실크로드)’ 사업과 관련해 양국은 3국에서의 인프라 투자 등에서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 이를 위해 양국 정부는 민관 합동으로 경제 협력을 논의하는 첫 번째 회의를 이달 중 중국 베이징에서 개최하기로 했다.

아베 총리는 “최근 양국의 고위급 교류와 대화가 모든 분야에서 활발해지고 있다”며 “중·일 협력의 지평선은 차츰 넓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이에 대해 “중·일 관계는 지속적으로 발전해나갈 것”이라며 “쌍방의 노력으로 양국 관계는 정상궤도에 진입했으며 더욱 발전하고 개선되는 중요한 기회를 맞고 있다”고 화답했다.

두 정상은 센카쿠열도를 포함한 동중국해 정세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 아베 총리는 동중국해의 안정 없이 중·일 관계의 진정한 개선은 없다며 센카쿠에 중국 정부의 선박이 진입하는 데 우려를 나타냈다. 하지만 시 주석은 해당 영역이 중국 영토라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두 정상은 북한 비핵화를 위해서도 긴밀히 협력하고, 최근 거세지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 기조에 맞서 자유롭고 개방된 무역체제가 중요하다는 인식을 공유했다고 일본 정부는 밝혔다.

베이징=강동균 특파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