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최근 삼성종합기술원에서 '기술전략회의'를 주재하고 신성장동력 사업의 연구진행 현황과 추진 전략 등을 점검한 것으로 12일 알려졌다.
이 부회장은 지난 2월 초 항고심 집행유예 선고로 석방된 이후 국내외에서 경영행보를 이어가고 있으나 '삼성 연구개발(R&D)의 중심'으로 여겨지는 종합기술원을 전격 방문한 것은 그룹의 장기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새 총수'의 면모를 부각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재계 관계자는 이날 연합뉴스와 전화통화에서 "이 부회장이 지난 10일 종합기술원을 찾아 회의를 진행하면서 인공지능(AI)과 자동차 전장 사업 등 이른바 '미래 먹거리'로 일컬어지는 분야를 중점적으로 챙겨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1987년 미래 준비를 위한 기초 연구와 핵심 원천기술 선행 개발을 위해 개관한 삼성종합기술원에는 현재 15개 연구실에서 1천100여명의 연구원이 차세대 컴퓨팅 기술, AI, 혁신 소재 및 신물질, 자율 주행 및 전장 부품, 바이오 등 차세대 기술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이 부회장은 회의를 주재하면서 참석한 임직원들에게 미래를 선도할 수 있는 과감하고 도전적인 선행 기술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 역량 확보를 위해 내부 인재들을 육성하는 동시에 오픈 이노베이션을 추진함으로써 외부와의 교류·소통에도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당부했다는 후문이다.
이 부회장의 이번 행보는 최근 삼성전자가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AI 부문 투자 및 인재확보 노력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TV와 스마트폰,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삼성전자의 새로운 '주력 엔진'으로 4차 산업혁명의 대표 화두로 떠오른 AI를 낙점, 전사적 역량을 결집한다는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해 11월 한국 AI 총괄센터 설립을 시작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와 영국 케임브리지, 캐나다 토론토, 러시아 모스크바에 이어 최근 미국 뉴욕에 글로벌 AI 연구센터를 개소했으며, 국내외에서 AI 관련 스타트업에도 잇따라 투자하고 있다.
이날부터 이틀간 AI 분야의 세계적인 석학들을 초청해 최신 연구 동향을 공유하고 혁신 방향을 모색하는 '삼성 AI 포럼'을 개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재계에서는 이 부회장이 삼성그룹 '성공 방정식'의 두 핵심 요소로 여겨져 온 '오너의 장기 비전'과 '전문경영인의 실행력'이라는 조합을 재가동함으로써 총수 행보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의 삼성종합기술원 방문은 단순한 경영 행보 이상의 의미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미래를 준비한다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리더십을 제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