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서 통신·정유·은행 등의 업종에 속한 고배당주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연구개발(R&D) 비용 회계처리 문제로 오랜 기간 조정을 겪은 코스닥 바이오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이 바이오 기업 회계처리에 대해 유연한 기준을 적용하겠다고 밝힌 게 계기가 됐다.

외국인의 고배당주 사랑

외국인은 지난달부터 이달 7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2949억원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을 부정적으로 내다본 모건스탠리 보고서 충격으로 지난 7일 하루에만 대규모로 반도체주를 쏟아냈지만, 여전히 국내 증시에 낙관적 시각이 존재한다고 분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특히 고배당주에 집중적으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달 이후 LG유플러스와 SK텔레콤은 배당확대 정책에 5세대(5G) 이동통신 상용화 기대까지 더해져 외국인 순매수 1위(3226억원 순매수) 3위(1635억원) 종목에 올랐다. 양종인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통신주 배당수익률(주당 배당금/주가)은 2.6~4.0%로, 매력이 크다”며 “최근 국제 무역분쟁 확산에 따른 경기둔화 우려 속에서 통신주가 경기방어주로 선호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주 외에 KB금융(순매수 1182억원), 에쓰오일(1125억원) 등 고배당주도 집중 매수했다. 지난해 말 기준 에쓰오일의 배당수익률은 5.04%에 달했다. 유명간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현재 국고채 3년 금리는 연 2.0% 수준으로 코스피 배당수익률 2.4%보다 낮다”며 “배당주에 대한 외국인의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외국인들은 실적전망이 밝은 성장주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네이버(1399억원), 셀트리온(1053억원) 등이 대표적이다. 한국경제TV 전문가인 신학수 파트너는 “지난 6월 열린 네이버의 ‘라인 콘퍼런스’를 통해 라인의 신사업이 비용에서 성장 변수로 변환될 가능성이 제기됐다”며 “이후 외국인 매수세가 꾸준하다”고 말했다.

엔터·게임주에도 매수세 몰려

외국인이 담는 종목 살펴보니… 통신·정유·은행… 찬바람 불기 전 고배당株 러브콜
외국인은 코스닥시장에서도 지난달 이후 3044억원어치 순매수를 나타냈다. 상위 매수 종목 중에는 신라젠(848억원)을 비롯해 에이치엘비(594억원) 셀트리온헬스케어(347억원) 등 바이오주가 대거 포진했다.

강양구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R&D 비용 회계처리 문제가 일부 해소됐고 상반기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한국 신약 승인 건수가 최대를 기록했다”며 “침체됐던 제약·바이오 업종에 대한 투자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했다. 한옥석 한국경제TV 파트너는 셀트리온헬스케어를 관심 종목으로 꼽았다. 한 파트너는 “수익성이 높은 바이오시밀러 램시마(미국 상표명 인플렉트라)의 미국 판매가 하반기 실적 개선을 이끌 것”이라며 “램시마의 미국 시장 내 점유율은 연말까지 10%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JYP엔터테인먼트 등 엔터주와 펄어비스 더블유게임즈 등 게임주도 외국인의 ‘타깃’이다. JYP엔터는 외국인 매수가 몰리며 지난 7일 장중 사상 최고가(3만4350원)를 기록했다. 이경락 파트너는 “JYP엔터는 1년 사이에 주가가 3배가량 오르면서 엔터업종 대장주가 됐다”며 “아이돌그룹 트와이스의 일본 아레나 투어 등으로 인해 하반기 실적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검은사막’으로 잘 알려진 펄어비스는 최근 아이슬란드 게임개발사 CCP게임즈를 인수하기로 해 주목받고 있다. 안재만 NH투자증권 연구원은 “CCP게임즈의 신규 게임 4종이 펄어비스 라인업으로 들어왔다”며 “내년 이후 선보일 다양한 라인업을 확보해 ‘단일 게임 회사’라는 할인 요인도 해소됐다”고 평가했다.

김동현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