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결심공판을 끝낸 이명박 전 대통령의 ‘뇌물죄·특활비’ 재판은 지난 5월23일 첫 공판이 열린 지 106일 만에 마무리됐다. 지난해 5월23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첫 공판이 열린 뒤 주 3~4회 재판이라는 초강행군을 하고도 공판 과정만 281일에 달한 것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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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의 수만 놓고 보면 이 전 대통령이 뇌물·횡령·조세포탈 등 16개로 박 전 대통령의 18개와 비슷하다. 하지만 증인 신문 절차가 대폭 사라지면서 공판은 법정 앞 다툼이 아닌 검찰과 변호인이 내놓는 ‘자료 싸움’으로 바뀌었다. 이 전 대통령 측이 검찰이 내놓은 증거에 전부 동의하면서 각 증거에 대한 개별 다툼을 할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공판 과정에서 변호인 측이 증거를 부동의하면 해당 증거와 관련된 자료 제출이나 증인 출석이 이뤄진다.

이 전 대통령 사건은 시간이 지나 대부분 증인 출석이 필요한 사안이었다. 변호인 측은 증거에 동의하지 않고 싸우려 했으나 이 전 대통령이 “같이 일했던 사람들을 법정에 불러 검찰 진술에서 거짓말을 한 것이냐고 따져 물을 순 없다”며 의견을 달리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이 증인 138명을 부른 것과 대조적으로 1명의 증인만 부르고 공판이 마무리됐다.

재판 전략에서도 양측은 차이를 보였다. 이 전 대통령은 마지막 최후변론에서도 사법부에 대한 신뢰를 나타냈다. 결심까지 총 27회에 걸친 공판에도 모두 참석했다. 박 전 대통령의 1·2심 재판부 선고 공판을 통해 드러난 것처럼 재판에 비협조하면 불리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고윤상 기자 k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