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발사체조립동. 방진복을 입고 작업장 안으로 들어서자 1단짜리 흰색 발사체가 모습을 드러냈다.
표면에 달린 점검창을 통해 복잡하게 연결된 파이프와 전선이 보여, 이 발사체가 '기술의 집약체'임을 짐작할 수 있게 했다.
이 발사체는 우리나라 기술로 개발한 우주발사체용 75t 액체엔진을 달고 시험비행에 나설 비행모델로, 오는 10월 25일 발사될 예정이다.
시험발사체가 비행에 성공하면, 2021년 발사될 한국형발사체(KSLV-2) '누리호' 개발이 더욱 탄력을 받게 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은 이날 시험발사체의 비행모델(FM)을 공개했다.
시험발사체는 누리호에 쓰이는 75t 액체엔진의 성능을 검증하기 위한 것으로, 총 3단으로 구성된 누리호의 2단부에 해당한다. 시험발사체의 길이는 25.8m, 최대지름은 2.6m, 무게는 52.1t이다.
다만 이날은 발사체에서 일부 부품인 '질량 모듈레이터'가 시험을 위해 잠시 분리된 상태였다.
이 시험발사체는 2주 뒤면 표면에 '명찰'과 제작에 참여한 기업의 이름을 새기고, 다음 달 중 발사대에 우뚝 서게 된다.
발사는 다음 달 25일께로 예정돼 있는데, 아직 국가우주위원회가 일정을 확정하지는 않은 상태다.
연구진은 시험발사체가 발사되면 164초 뒤 100㎞ 고도를 넘어 313초께 최대 고도에 도달한 뒤, 643초께 바다로 떨어지리라 예상하고 있다. 지난 7월 5일 항우연은 시험발사체 비행모델의 '쌍둥이' 격인 인증모델(QM)을 이용해, 지상에서 마지막 테스트를 수행한 바 있다.
당시 인증모델에 달린 액체엔진은 154초간 불꽃을 내뿜으며, 시험 목표 시간인 140초를 가뿐히 넘겼다.
이 시험에 성공하며, 시험발사를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게 됐다.
옥호남 항우연 발사체기술개발단장은 "10월 시험발사체 발사에 성공하면 누리호 개발이 탄력을 받게 되고, 연구자들이 본발사에 대한 자신감을 가지게 되리라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누리호 1단에는 75t 액체엔진 4기를 묶어 마치 하나의 엔진처럼 작동하게 하는 '클러스터링 기술'이 사용되는 만큼, 여기 관심을 가지고 전문가들과 함께 준비하겠다"고 덧붙였다.
우리나라는 3회 시도 끝에 지난 2013년 나로호 발사에 성공한 바 있지만, 이 발사체의 엔진은 러시아 기술로 제작된 것이었다.
이에 우리나라는 독자적인 발사체 기술을 확보하고자, 한국형발사체 개발에 착수했다.
독자 발사체 기술이 없으면 필요한 위성을 원할 때 쏠 수 있는 이른바 '우주 주권'을 갖기 어렵기 때문이다.
국제우주정거장 및 행성탐사 같은 우주개발 국제협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위해서도 발사체 기술 확보는 필수다.
그러나 해본 적 없는 연구인만큼, 개발 과정에 우여곡절이 많았다.
옥 단장은 "'연소불안정'이라는 난제를 만나 20차례 이상 (엔진) 설계를 변경하고, 재제작한 끝에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었다.
추진제 탱크 제작에서도 지속적인 불량이 발생해,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개발공정을 안정화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정병선 과기정통부 연구개발정책실장은 "발사체 개발을 위해 그동안 밤낮없이 노력한 항우연, 산업체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2021년 누리호 본발사까지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과기정통부는 국내외 발사체 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우주발사체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러시아 S7 Space(스페이스)의 유리 아르주마냔 고문은 "한국도 10년 내 세계 시장에 참여해, 발사체 서비스를 할 수 있는 국가가 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