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무역분쟁·신흥국 위기설…한국은 안전지대일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무역전쟁의 전선(戰線)을 넓혀나가고 있다는 소식에 국내 주식시장의 긴장감이 높아지고 있다.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 불안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도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최근 증시에서 무역 분쟁 우려에 대한 민감도가 떨어지고 있어서다. 안정적인 대외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신흥국 리스크에 대한 여파도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5일 오전 11시20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4.75포인트(0.21%) 내린 2310.97을 기록하고 있다.

간밤 미국 뉴욕증시 주요 지수는 미국과 캐나다의 무역협상 난항에 대한 우려가 나오면서 소폭 하락했다.

지난 4일(현지시간)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지수는 전장보다 12.34포인트(0.05%) 하락한 25,952.48에 마감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전장보다 4.80포인트(0.17%) 내린 2896.72에,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18.29포인트(0.23%) 하락한 8091.25에 장을 마쳤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캐나다와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에 실패하자 캐나다를 NAFTA에서 제외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1일(현지시간) 트위터에 올린 글을 통해 "캐나다와 NAFTA 협상을 해야 할 정치적인 이유가 없다"며 "10여년간 (캐나다가) 불공정하게 이득을 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에 공정한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다면 캐나다는 (협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미국발 무역분쟁에 대한 우려에 미국 증시는 물론 국내 증시까지 불안한 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그 여파가 오래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무역분쟁이 장기간 이어지면서 이같은 이슈에 대한 국내 증시의 민감도가 낮아졌기 때문이다.

김광현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시장은 항상 새로운 것에 반응하지만 최근 두 달 간 새로운 것은 없었다"며 "국내 증시의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추가 하락할 요인은 크게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터키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 금융 불안이 지속되고 있지만 이 또한 국내증시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전반적인 시각이다. 두 나라는 세계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 영향이 제한적이다.

물론 브라질·남아공·인도·인도네시아로 확산될 경우 파장이 커질 수는 있지만 한국은 경상흑자국으로 통화가치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 리스크에서 비교적 자유롭다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이승훈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신흥국 중에서 대외건전성이 가장 두드러지는 것으로 평가 받는 국가는 한국"이라고 언급했다. 한국은 2013년 이후 GDP 대비 3%를 상회하는 경상흑자를 줄곧 유지 중이다. GDP 대비 총외채 비율(2018년 상반기 기준 31.3%)이나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27.3%)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대외건전성이 우수하다는 게 그의 시각이다.

이 연구원은 "현재 터키 등의 위기는 경상적자와 외채의존형 경제구조를 지닌 신흥국으로 확산되고 있는 반면 한국은 경상흑자국으로서 우수한 대외건전성을 보유하고 있어 그 여파가 제한적"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각에서는 위험자산 노출을 줄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증시의 하락 가능성은 낮지만 반등 기대감도 크진 않다는 점에서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코스피가 보름 만에 장중 기준으로 100포인트 이상 반등하고 이틀 연속 2300선의 지지력을 확인했지만 반등이 추세적인 변화로 이어질 가능성은 작다"며 "미국의 대중국 2000억달러 규모의 관세 부과 시기가 앞당겨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 유럽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 지표가 수개월째 둔화해 '아직 펀더멘털은 괜찮다'는 투자심리도 바뀔 수 있다"며 "터키 사태의 여진이 있는 상황에서 아르헨티나, 이탈리아발 금융불안이 커지고 있고 10월에는 브라질 대선이 예정돼 있어 신흥국 통화의 약세 추세가 이어지고 원·달러 환율의 상승 압력도 커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