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비핵화-종전선언 접점 찾는데 韓 중재역할 주문"美 11월 중간선거 이전 돌파구 마련 필요성 강조해야"전문가들은 5일 방북할 대북 특사단이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을 둘러싼 북미 간 이견을 좁히는 중재자 역할을 하면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이 조기에 재추진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이번 특사단이 비핵화 측면에서 진전을 이루지 못한 채 남북정상회담 개최일정 등 남북관계 진전에만 합의하면 한미공조에 어려움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11월 미 중간선거 이전에 북미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라는 주문도 나왔다.동국대 고유환 교수는 2일 "타이밍상으로는 특사가 가야 할 상황"이라며 "지난달 남북 고위급 회담을 했지만 그런 공개회담보다는 특사 방북을 통해 자국 정상에게 핵심적 의사전달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만나서 담판 짓는 것이 효율적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우리 측 특사 파견 제안을 북측이 수용했다는 점,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신뢰도가 높은 점, 김 위원장도 북미관계의 교착 상황에서 우리 측 중재 필요를 느낄 것이라는 점에서 김 위원장이 특사단을 만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그러나 남성욱 고려대 행정전문대학원장은 "3월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 등 대북 특사단이 방북해 결과적으로 북미정상회담을 끌어낸 좋은 기억이 있지만 그때는 북미 양측을 자리에 앉히는 '1차 방정식'이었다면 지금은 북미가 앉았는데 비핵화와 종전선언의 선후를 놓고 원론적으로 맞서면서 우리는 '고차원 방정식'을 받아든 상황"이라고 진단했다.특사단에 기대하는 성과와 관련, 고 교수는 "비핵화·평화 프로세스가 작동돼야 남북정상회담도 성과 있게 가져갈 수 있으니 9·9절(북한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 이후에 바로 북미대화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안보통일센터장은 "특사들은 적어도 북한이 핵 리스트 신고를 하도록 하는 '입장 변화'를 유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다시 미국을 설득해서 북한이 원하는 종전선언을 끌어내고, 다음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며 "비핵화 진전 없이 남북관계만 합의하면 비핵화와 한미공조 모두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말했다.신 센터장은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나 우리 입장을 전달해 새로운 전기를 마련할 수 있다면 미국으로부터도 높은 평가를 받고, 미북 대화를 제 궤도에 올려놓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면서 "다만 우리 특사단이 북한 정권 출범 70주년 축하사절로 방북한 것처럼 비치지 않도록 하는 데 유의해야 한다"고 밝혔다.남성욱 원장은 "특사단은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방북을 북측이 받아들여 이견을 좁히도록 해야 한다"며 "만약 폼페이오 방북이 성사되지 않은 채 11월 미국 중간선거가 치러지면 선거 이후 대북 협상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관심이 크게 떨어질 수 있다는 점을 북측에 설명하고, '어렵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다.양무진 교수는 "대북제재·압박 대오를 강조하고 있는 미국은 현재 한국의 대북특사 파견을 크게 반기는 것 같지 않다는 점에서 이번 특사 파견은 문재인 대통령 입장에서 '승부수'라고 볼 수 있다"며 "우리가 마련할 비핵화-종전선언 관련 중재안에 남북간 접점을 찾지 못하고, 특사단이 김 위원장을 만나지 못한다면 북미 간 교착국면이 예상외로 길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아울러 양 교수는 조만간 발표될 특사단 5명의 구성에 언급, "만약 청와대 3명, 국정원 1명, 통일부 1명이라면 특사단이 북미 관계 중재에 무게를 둔 것일 테고, 청와대 2명, 국정원 2명, 통일부 1명이라면 남북관계와 북미 관계의 중요성 사이에 균형을 맞추려는 것으로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양 교수는 이어 "특사단 숙소도 중요한 관전 포인트인데 북측이 백화원초대소를 내주느냐가 김 위원장 면담 성사 여부를 예상하는 단초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연합뉴스
한국당은 논평 안 내여야는 31일 문재인 대통령의 대북 특별사절단이 다음 달 5일 평양을 방문키로 남북이 합의한 데 대해 "시의적절하다"며 환영하는 동시에 굳건한 한미공조를 당부했다.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수석대변인은 구두논평에서 "적절한 시점에서의 좋은 선택으로 본다"며 "정상회담을 포함한 남북관계 전반과 한반도 비핵화까지 포괄적으로 논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홍 수석대변인은 "남북관계가 어려운 국면에서 대북특사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나면 나름대로 성과가 있을 것"이라며 "긍정적인 남북관계 분위기를 만드는 데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논평에서 "특사 파견이 막힌 비핵화 논의의 돌파구에 도움이 된다면 환영한다"며 "3차 남북정상회담 성공을 위해 협의와 조율이 원만히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이 대변인은 "무엇보다 북한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의 교착을 풀어야 한다"며 "비핵화 논의는 미국과의 긴밀한 협의 속에 이뤄져야 하며, 굳건한 한미동맹을 기반으로 숨소리까지 공유하는 '찰떡 공조'를 해달라"고 당부했다.민주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시의적절하다"며 "북한이 특사 파견 제안을 수용한 것은 비핵화 출구로 가는 과정에서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논평했다.박 수석대변인은 "특사 파견이 멈춰선 비핵화 로드맵을 추동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며 "파견에 앞서 미국과 긴밀한 상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별도의 논평을 내지 않았다./연합뉴스
고위급회담에서 매듭 못 지은 남북정상회담 앞당기겠다는 뜻인 듯북미 비핵화 협상 교착 타개 의지…"북미 간 문제 직접 들을 수도"문재인 대통령이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꼬인 실타래를 풀기 위해 대북특사 파견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남북이 합의한 9월 정상회담을 반드시 성사시켜 이를 동력 삼아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을 촉진하고 연내 종전선언이라는 목표도 달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로 풀이된다.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이 다음 달 5일 특별사절단을 평양에 보내기로 했다"며 "특사는 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인 개최 일정과 남북관계 발전, 한반도 비핵화 및 평화정착 등을 폭넓게 협의할 예정"이라고 31일 말했다.김 대변인은 이날 오전 남측이 북측에 전통문을 보내 특사를 파견하겠다고 제안했고 북측이 오후에 특사를 받겠다는 내용을 회신했다고 전했다.우리 측이 먼저 특사 파견을 제안했다는 점은 남북정상회담을 9월 안에 반드시 개최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읽힌다.남북은 지난 13일 열린 고위급회담에서 제3차 남북정상회담을 9월 내에 평양에서 열기로 합의한 바 있다.문제는 9월을 하루 앞둔 이날까지 정상회담 일정도 나오지 않았을뿐더러 의제, 경호, 보도 문제 등을 논의할 실무회담도 열리지 않았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남북정상회담이 미뤄지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하는 상황이었다.곧 이뤄질 것만 같았던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소가 연기된 것도 이런 관측을 뒷받침하는 배경 중 하나였다.북한이 70주년 정권수립일(9·9절) 등을 앞두고 남북정상회담 준비에 전념할 수 없다는 해석도 있었다.그러나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남북 정상 간 만남이 가지는 비중을 고려하면 이는 정상회담 일정이 차일피일 미뤄지는 구실이 될 수 없다는 게 중론이다.결국 문 대통령으로서는 고위급회담에 정상회담 관련 협의를 맡겨둬서는 안 되는 중대한 국면이라고 보고 특사를 보내 이를 조기에 마무리하고자 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김 대변인은 "남북 정상이 9월 내 평양에서 만나기로 한 만큼 그 합의 내용을 지키기 위해 (특사 파견 시기가) 9월 5일에서 더 미뤄져서는 안 되겠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남북정상회담의 구체적 내용을 합의하는 것 외에 특사 파견의 또 다른 배경은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교착 지속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애초 이번 주로 예정됐던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의 방북은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 진전은 물론 중국의 전향적 태도 변화가 있어야 허가할 것이라고 밝혀 취소됐다.9·9절 이전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이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속하는 상황에서 미 행정부는 한미 연합훈련 재개 가능성까지 언급하기도 했다.이렇듯 비핵화 협상이 난관을 맞기 전 청와대 안팎에서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전기가 마련되고 남북정상회담이 개최되면 9월 하순 유엔총회에서 남북미 혹은 남북미중 정상이 종전선언을 하는 이상적인 시나리오가 심심찮게 거론됐다.문 대통령은 그러한 시나리오의 실현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현재 교착 상태에 빠진 북미 관계를 그대로 둔다면 남북정상회담의 실효성은 물론 간신히 물꼬 튼 한반도 평화정착 구상이 후퇴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것으로 관측된다.4·27 판문점선언 당시 연내에 종전선언을 하기로 한 만큼 비핵화 협상과 한반도 평화정착의 키를 쥔 북미가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서게 해야 할 중대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수도 있다.그 점에서 대북특사가 비핵화 협상과 관련해 남북정상회담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 위해 또 다른 모종의 역할을 수행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김 대변인은 "중요한 시점에 남북정상회담이 열리는 만큼 남북이 긴밀하게, 농도 있는 회담을 위해 특사가 평양에 가기로 한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진다.청와대 관계자도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특사는 최고지도자를 대신해서 가는 것인 만큼 북한이 특사를 수용한 것은 남북 정상이 서로의 의사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것"이라며 "북미 사이에 엉킨 문제를 직접 들어볼 수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청와대도 특사 파견을 통해 비핵화와 관련한 북미 간 견해차를 좁히는 중재 역할을 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특사 파견을 전후로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나 정의용 안보실장의 방미 등이 추진되는가'라는 물음에 김 대변인은 "결정된 것은 없으나 특사가 다녀온 뒤에 그 결과물을 갖고 (미측과) 이야기하지 않을까 싶다"고 대답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