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좋은 관계’가 바뀔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3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블룸버그통신과 한 인터뷰에서 “나는 김 위원장과 좋은 관계를 유지해왔다”면서도 “그건 바뀔 수 있다. 전체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6·12 미·북 정상회담 이후 김정은에 대해 줄곧 우호적인 발언을 이어왔다. 지난 24일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진전이 없다”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의 4차 방북 계획을 일방적으로 취소하면서도 김정은에 대해선 “따뜻한 안부와 존경을 전한다. 곧 다시 보길 고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인터뷰에서도 “나는 세계 누구보다도 더 큰 인내심이 있다”며 “우리는 인질들을 되찾았고, 핵실험도 없었다. 그것은 꽤 좋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정은과의 좋은 관계가 바뀔 수 있다고 한 것은 북한이 계속 실질적인 비핵화 조치를 취하지 않고 버티기만 한다면 미·북 관계가 심각한 상황으로 되돌아갈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국무부는 이날 미국인의 북한 여행금지 조치를 내년 8월 말까지 1년 더 연장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9월1일 발효된 이 조치는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 사건을 계기로 1년간 취해졌다. 국무부 관계자는 “(북한을 여행하는 미국인이) 북한 당국에 체포되거나 장기 억류될 심각한 위험이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미국의 ‘선(先)비핵화, 후(後)제재 완화’ 원칙이 재확인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북한은 그러나 미국에 종전선언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최근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미국 측에 보낸 ‘비밀 편지’는 “기꺼이 뭔가를 줄 생각이 없다면 오지 말라”는 투였다고 미 정부 고위관료를 인용해 보도했다. 이 편지는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취소시키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워싱턴=주용석 특파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