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조사위는 28일 쌍용자동차 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파업농성 강제진압 당시 경찰 공권력 행사에 위법성이 있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쌍용차 노조 등을 상대로 낸 손배소송과 가압류를 철회하라고 권고했다.
경찰은 노조원들이 진압에 저항하는 과정에서 경찰 헬기 등 장비가 파손되고 경찰관이 다쳤다며 쌍용차 노조 간부와 민주노총 등을 상대로 16억6천900만원 규모의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1심과 2심 모두 경찰 손을 들어줬다.
경찰에 따르면 2심에서 인용된 배상액은 11억5천700만원이다.
현재 대법원에서 상고심이 진행 중이다.
경찰은 법적으로 소송을 취하할 방법이 마땅찮다는 입장이다.
소를 취하하는 행위가 업무상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경찰 장비 파손과 경찰관 부상이라는 피해가 발생한 것은 확실하고, 이는 국가기관이 노조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채권에 해당한다.
그간 2차례 재판에서 배상받을 권리를 인정받은 마당에 채권을 포기하면 배임 소지가 매우 크다는 것이 경찰 입장이다.
실제로 소를 취하할 경우 야권이나 보수단체 등에서 경찰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고발할 가능성도 있다.
사실관계를 다투는 1심과 2심에서라면 조정을 거쳐 청구액을 낮추는 일이 가능하지만, 법률심인 3심에서는 조정조차 불가능하다.
이처럼 법 절차상 어려움이 있는 탓에 진상조사위 내부에서도 권고안에 손배소 취하를 포함할지를 두고 심각한 논쟁이 있었던 전해졌다.
일부 위원은 농성 진압에 헬리콥터를 이용한 행위는 위법 소지가 있으니 헬기 파손 부분만 소를 취하하자는 절충안을 내기도 했다.
그러나 진상조사위는 강제진압 당시 경찰력 행사 자체가 헌법상 비례의 원칙에 반해 적정하지 않았고 위법성까지 띤 만큼 소송 유지는 부적절하다고 봤다.
경찰력 행사로 노조원들 역시 피해를 봤으나 피해 회복이 없었고, 이에 대한 소멸시효가 이미 지난 점도 소 취하 권고 결정에 반영됐다.
다만 진상조사위는 성격상 자문기구여서 권고에 법적 구속력이 없다.
경찰이 경찰개혁을 계속 추진하는 만큼 권고에 무게감이 실리는 것은 사실이나 쌍용차 사태 관련 손배소 취하는 매우 어려운 요구라는 것이 경찰의 내부 분위기다.
경찰 지휘부로서는 일선 반응도 염두에 둘 수밖에 없다.
최근 진상조사위가 백남기 농민 사망사건 진상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관련 손배소 취하를 권고한 일을 두고 현장 경찰관들이 적잖이 반발한 전례가 있다.
배임 우려 등 여러 난제를 무릅쓰고 실제로 소송을 취하한다면 이는 지극히 정치적인 행위로 여겨질 소지도 있다.
경찰 일각에서는 "정말 대승적 차원에서 소송을 취하하려면 청와대가 개입해야 할 것"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이번 진상조사 내용이 대법원에 제출되면 재판에 일부 영향을 미칠 가능성도 있다.
유남영 진상조사위원장도 "진상조사 내용이 대법원에 제출되면 충분히 법률적으로 고려해 볼 만한 사항이 포함돼 있다"고 말했다.
소송 취하에 관한 경찰 입장과 별개로, 손배청구와 가압류는 파업 등에 참여한 노동자들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종종 쓰여 왔다.
재산이 압류되고 거액의 손해배상금까지 내야 할 처지에 놓이면 노조 활동이 위축되는 점을 노린 전략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