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이 있는 가정에선 TV가 골칫거리다. 자녀들이 TV에 지나치게 빠져들 수 있다는 이유로 아예 TV를 없애기도 한다. 반면 아이들 교육에 TV를 적극 활용하는 가정도 적지 않다. 인터넷TV(IPTV) 기술이 진화하면서 생긴 일이다. TV가 동화를 읽어 주고, 영어회화 교사를 대신해주기도 한다.

통신업체들도 키즈 시장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해 아이들이 TV 속 주인공으로 참여하며 교육 효과를 높일 수 있는 서비스를 내놓고 있다. IPTV 경쟁의 축이 영화, 드라마 등 주문형 비디오(VOD)에서 키즈 콘텐츠로 옮겨가고 있는 이유다.
KT는 지난 5월 대교, 스마트스터디, 아이코닉스 등과 손잡고 IPTV ‘올레 tv’ 내에 어린이 서비스 패키지 ‘키즈랜드’를 선보였다. KT 제공
KT는 지난 5월 대교, 스마트스터디, 아이코닉스 등과 손잡고 IPTV ‘올레 tv’ 내에 어린이 서비스 패키지 ‘키즈랜드’를 선보였다. KT 제공
동화 속 주인공 내 아이, 20가지 표정 변화

SK브로드밴드는 지난 7일 IPTV 서비스 Btv 등의 새로운 미디어전략을 공개하는 간담회를 열었다. IPTV 화면을 스마트폰처럼 맞춤형 홈화면(UI 5.0)으로 바꾸고 아이들이 TV 동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살아있는 동화’ 등 키즈 콘텐츠를 강화했다.

지금까지 IPTV에서 영화, 애니메이션 등 원하는 콘텐츠를 보려면 복잡한 텍스트 메뉴를 일일이 선택해 찾아야 했다. Btv UI 5.0은 홈화면을 PC나 스마트폰 서비스처럼 사용자가 자주 보는 콘텐츠 중심으로 구성했다. VOD를 많이 보는 사람은 Btv 홈, 어린아이가 있는 가정은 아동 콘텐츠를 추천하는 키즈 홈으로 첫 화면을 구성할 수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아동용 맞춤형 콘텐츠인 살아있는 동화 서비스도 내놓았다. 아이의 얼굴을 스마트폰 앱으로 찍어 TV로 전송하면 동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 SK텔레콤의 ‘T리얼’ 기술을 적용해 동화 속 이야기 전개에 따라 아이들의 표정을 20여 가지로 생생하게 바꿔준다. 한솔교육 전집 등 베스트셀러 250여 편을 살아있는 동화로 즐길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지난달 31일 IPTV에 AI, AR 기능을 결합한 ‘U+ TV 아이들나라 2.0’을 공개했다. LG유플러스 제공
LG유플러스는 지난달 31일 IPTV에 AI, AR 기능을 결합한 ‘U+ TV 아이들나라 2.0’을 공개했다. LG유플러스 제공
아이가 그린 그림이 TV 속으로

LG유플러스는 지난달 31일 IPTV에 AI, AR 기능을 결합한 ‘U+ TV 아이들나라 2.0’을 공개했다. ‘아이들나라’는 LG유플러스가 지난해 8월 선보인 IPTV 유아서비스다. ‘책 읽어주는 TV’ ‘아이들나라 다큐멘터리’ 등 자체 제작 콘텐츠는 물론 구글 유튜브 채널을 볼 수 있다.

LG유플러스는 ‘재미있게 놀면서 생각을 키우는 TV’라는 주제로 ‘아이들나라 2.0’을 개발했다. 아이가 직접 참여하는 AR 놀이 플랫폼 ‘생생 체험학습’부터 AI 기반의 언어학습 ‘파파고 외국어놀이’, 웅진씽크빅과 제휴해 개발한 ‘웅진북클럽TV’ 등으로 구성됐다.

생생 체험학습은 AR 기술을 활용한 양방향 서비스다. 관련 앱(응용프로그램)을 스마트폰에 설치한 뒤 TV와 연동시키면 아이가 그린 그림을 TV 속 애니메이션처럼 움직이게 하거나 3차원(3D)으로 표현할 수 있다. ‘내가 만든 그림책’ ‘물고기 그리기’ 등 8가지 콘텐츠를 마련했다.

파파고 외국어놀이는 네이버 AI 서비스 파파고를 기반으로 한 외국어 교육 콘텐츠다. 리모컨으로 TV 속 캐릭터에게 전화를 걸어 영어, 중국어, 일본어와 관련한 질문을 하면 캐릭터가 답해주는 방식이다.

웅진북클럽TV에서는 인기 도서와 독서교육 영상 1000여 편을 이용할 수 있다. 10월부터는 매주 9권의 도서를 추천한다. LG유플러스는 EBS육아학교와 제휴해 부모의 육아 고민에 전문가들이 답변하는 자체 제작 콘텐츠도 매월 선보일 계획이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 7일 미디어전략 간담회를 열고 아이들이 TV 동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살아있는 동화’ 키즈 콘텐츠를 선보였다. SK브로드밴드 제공
SK브로드밴드는 지난 7일 미디어전략 간담회를 열고 아이들이 TV 동화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는 ‘살아있는 동화’ 키즈 콘텐츠를 선보였다. SK브로드밴드 제공
TV 속 캐릭터와 뛰놀며 요가 학습

KT는 지난 5월 대교, 스마트스터디, 아이코닉스 등과 손잡고 IPTV ‘올레 tv’에 어린이 서비스 패키지 ‘키즈랜드’를 선보였다.

유튜브 키즈를 비롯해 1만5000여 편의 무료 VOD와 캐릭터 빅3 무료 채널을 갖추고 있다. ‘기가지니 소리동화’ ‘대교 상상Kids’ ‘TV쏙’ 등 AI, AR 기술을 콘텐츠에 접목해 사고력 발달에 도움을 주는 양방향 놀이학습 콘텐츠도 도입했다. 출시 2개월 만에 누적 이용자 320만 명을 돌파할 만큼 사용자 반응이 좋다.

이 가운데 캐릭터 빅3 무료 채널의 이용 비중은 전체 키즈 장르 채널 중 약 30%를 차지하고 있다. 하루평균 시청자는 16만 명에 달한다. AR 기반 체험학습인 ‘TV쏙’ 이용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TV쏙은 아이의 모습을 TV 화면에 실시간으로 합성해 보여준다. TV 속 캐릭터와 신나게 뛰어노는 것은 물론 발레, 요가, 태권도도 배울 수 있다.

KT의 인공지능 tv 서비스인 ‘기가지니’에서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중 하나는 ‘소리동화’다. 누적 이용 횟수가 30만 건을 넘는다. 소리동화는 동화책을 읽으면 문장을 인식해 장면에 맞게 호랑이 울음소리, 발소리, 시냇물 소리 같은 효과음과 주인공 대사가 나오는 서비스다.

김태훈 기자 tae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