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한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장소 문제를 조율할 오는 13일 고위급회담을 앞두고 가을께로 예정됐던 3차 정상회담이 이달 말께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교착 상태에 빠진 한반도 비핵화 협상의 돌파구 마련이 시급하다는 상호 인식 아래 정상회담 시기를 앞당기려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어서다.

북측이 지난 9일 고위급회담을 긴급 제의한 것도 정상회담 시기와 장소 등 세부 일정을 최종 조율하기 위한 목적이란 분석이 많다.

◆이달 말 혹은 9월 초 조기 개최설 ‘솔솔’

청와대는 10일 다음주 초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정상회담 의제보다 날짜와 장소 등을 주로 논의한다고 밝혔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북측이 공식적으로 (고위급회담을) 제의하기 전까지 다양한 경로로 의견을 교환하는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남북 양측이 여러 채널을 통해 3차 정상회담의 의제는 물론 회담 시기와 장소 등을 놓고 사전 교감 과정을 거쳤다는 얘기다.

김 대변인은 정상회담 개최 시기와 관련, “4·27 정상회담 합의대로 가을에 한다는 것이 기본이며, 구체적 시기는 양쪽이 다 자기 생각이 있을 텐데 13일 고위급회담에서 정리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협상을 앞두고 구체적 시기를 언급하는 것은 섣부르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와 외교가에서는 두 정상의 빠듯한 주요 외교 일정과 함께 북한 정권 수립 70주년인 9·9절(9월9일) 등을 정상회담 조기 추진의 배경으로 꼽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 7일 입추를 지나면서 ‘가을 정상회담’의 조기 개최가 현실화하는 분위기”라며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이 지지부진한 가운데 북측이 9·9절을 앞두고 조기 개최를 타진한 영향도 있지 않았겠느냐”고 전했다.

◆평양 개최 유력, 제3의 장소도 거론

제3차 정상회담 개최 장소는 4·27 판문점 선언에서 명시한 평양이 유력 후보지로 꼽힌다. 하지만 조기 개최와 두 정상의 외교 일정 등을 감안할 때 제3의 장소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청와대 측의 설명이다.

김 대변인은 “판문점 선언 합의 내용이 평양에서 정상회담을 한다는 것이었으니 평양에서 개최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되, 이를 움직일 수 없는 확정된 사안으로 볼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어떤 다른 장소를 선호하는지에 대해서는 13일 열릴 예정인 남북 고위급회담에서 만나봐야 알 것 같다”고 덧붙였다.

빠듯한 두 정상의 일정을 감안해 두 차례 정상회담이 열린 판문점을 비롯해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도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 대통령과 김정은은 인도네시아 정부의 아시안게임 개막식과 폐막식에 공식 초청받은 상태다. 문 대통령의 인도네시아 방문은 김정은의 수락 여부에 달렸다는 게 청와대의 비공식 입장이다. 따라서 9월2일 아시안게임 폐막식 참석을 계기로 남북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는 “외교 일정과 김 위원장의 결단이 최대 변수”라며 “두 정상이 2차 정상회담을 ‘번개’로 하지 않았나. 어느 장소에서 어떤 형식으로 만날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편 북측은 이날 예정됐던 경의선 도로 현지 공동조사를 고위급회담 개최일인 13일로 연기하자고 통보했다. 이유진 통일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남북 간 합의에 따라 경의선 도로 현지 공동조사가 13일 월요일부터 시작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남북은 당초 10일부터 17일까지 개성~평양 구간 경의선 도로의 현대화를 위한 공동조사를 하기로 했지만, 북측이 전날 밤늦게 별다른 설명 없이 13일로 연기하자고 요청했다. 남북 도로 공동연구조사단 1차 회의도 13일 개성 자남산여관에서 열린다. 남북은 경의선 도로에 이어 고성~원산 간 동해선 도로에 대한 공동조사도 진행할 계획이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