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미래車시장 장악 나선 중국
30% 싼값에 품질은 턱밑까지…중국차의 질주
中 가성비 앞세워 공세
M&A에 고급인력 '싹쓸이'
기술력 높이며 '짝퉁' 탈피
가격경쟁력 더해 판매 급증
中내수 점유율 43.5% 달해
비상등 켜진 한국 車업계
현대·기아차 中시장 점유율
5년새 10.5→5%로 '반토막'
높은 인건비·잇단 파업 탓에
경쟁력 악화…위기감 고조
그로부터 9년 뒤인 올해 4월 베이징모터쇼 전시장. 1200여 개 참가 업체 중 가장 돋보인 회사는 지리차였다. 새로운 친환경차 ‘보루이’를 공개하며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지금까지 나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카(PHEV) 모델 중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유했다는 찬사를 받았다.
◆‘中 자동차 굴기’ 파상공세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들이 ‘자동차 굴기(起)’를 향한 파상공세에 나섰다. ‘짝퉁 차’ 이미지를 벗어던지고 독자적 디자인과 첨단기술을 적용한 차량을 내놓으며 경쟁력을 뽐내고 있다. 가격 대비 성능(가성비)은 물론 디자인과 연비, 옵션에 이르기까지 상당한 기술력을 쌓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달라진 중국 토종 업체들의 경쟁력은 현지 시장 점유율에서 그대로 나타난다. 10여 년 전 20%대 수준이던 중국 토종 완성차 업체들의 점유율은 꾸준히 늘어 2015년 40%대를 넘어섰다. 올해 6월 말 기준 중국 토종 업체들의 시장 점유율은 43.5%에 달했다.
중국 업체들의 최대 강점은 가격 경쟁력에 있다. 해외 업체에 뒤지지 않는 디자인과 성능을 갖춘 차량을 30~40% 싼 가격에 팔고 있다. 중국에서 파는 현대차 싼타페는 2.0 터보 기준으로 23만9800~28만9800위안(약 4050만~4890만원)이다. 광저우자동차의 비슷한 급인 GS8 2.0 터보 모델은 16만3800~25만9800위안(2760만~4380만원)이다. 1000만원 넘게 차이가 난다.
현대·기아차는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다른 수입차 브랜드와 중국 토종 업체들 사이에 끼여 어정쩡한 위치에 놓이게 됐다. GM 뷰익 인비전 2.0 터보 모델은 26만9900~31만9900위안(약 4550만~5400만원)으로 싼타페와 가격 차이가 크지 않다. 이항구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판매량 증가에 힘입어 중국 완성차 업체들이 투자를 늘리면서 협력업체들의 경쟁력도 좋아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됐다”고 분석했다. ◆한국 고급車 인력 대거 흡수
중국 자동차회사의 성장 배경엔 정부의 전폭적 지원도 있다. 중국 정부는 외국 자동차회사가 현지에 진출하려면 자국 기업과 합작법인을 설립해야 한다는 규제를 통해 토종 기업을 보호하고 있다. 막대한 친환경차 보조금도 ‘자동차 굴기’의 원동력 중 하나다.
잇따른 합종연횡과 인수합병(M&A)도 짧은 시간에 기술력을 끌어올린 요인으로 꼽힌다. 2010년 스웨덴 볼보를 인수한 지리차는 올초 메르세데스벤츠의 모(母)기업인 다임러의 1대 주주가 됐다. 지분 9.69%(1억361만9340주)를 인수하는 데 들인 돈만 약 10조원에 달한다.
중국 토종 업체들은 최근 한국과 일본 자동차업계의 고급 인력까지 싹쓸이하고 있다. 한국과 일본 업체들의 경영·관리·기술 노하우를 흡수해 경쟁력을 더 키우겠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한 부품사 대표는 “지리차에만 현대·기아차, 쌍용자동차 출신 인력이 100명 정도 있는 것으로 안다”며 “한국에서 받던 연봉의 두세 배를 주고 비서나 가사도우미까지 붙여주면서 인력을 끌어가고 있다”고 귀띔했다.
◆‘후진’ 거듭하는 한국 車업계
중국이 뛰는 사이 한국 자동차업계는 ‘후진’을 거듭하고 있다. 2016년 179만2021대에 달했던 현대·기아차의 중국 판매량은 지난해 114만5012대로 40% 가까이 쪼그라들었다. 현대·기아차는 미국 시장에서도 판매 부진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국 자동차산업이 위기에 빠진 원인은 복합적이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선호하는 글로벌 추세를 빨리 읽지 못한 데다 가격 경쟁력도 확보하지 못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하락(원화가치 상승)도 한국 차의 발목을 잡고 있다.
고비용·저효율 구조 역시 고질적 문제다. 현대차와 기아차,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평균 12.29%에 달한다. 이에 비해 일본 도요타의 매출 대비 인건비 비중은 5.85%로 한국 자동차회사들의 절반도 안 된다.
전문가들은 이런 격차가 노사관계 차이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했다. 도요타 노조는 1962년 무파업 선언을 한 뒤 지금까지 파업하지 않고 있다. 올해로 56년째다. 반면 현대차 노조는 1987년 노조 설립 이후 네 차례를 제외하고 올해까지 32년간 매년 파업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