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OB다한 이야기] 취준생 울리는 달콤한 유혹…`금융전문가·억대연봉` 속지 마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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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채용박람회를 갔다가 황당한 일을 겪은 적이 있다. 박람회장 한 켠에서 기업 인사담당자를 초청해 채용설명회를 열고 있었는데, 기업 이름을 보니 익히 아는 곳이었다. 주로 20~30대를 고용하고, 끌어온 고객의 수에 따라 수당을 지급하는 곳으로 유명한 기업이었다. 박람회가 있기 전 그 기업의 실태가 낱낱이 파헤쳐진 기사가 보도돼 이슈가 된 곳이었다.
이날 현장에서 강연자는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언급하지 않는 대신 ‘외국계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해외진출 기회가 있음을 연신 내세웠다. 이제 갓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참가자들은 인사담당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계속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기본급은 얼마죠? 실적이 저조할 경우 어떻게 되나요?” “들어보니 정규직은 아닌 듯한데,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있나요? 작년 전환자는 몇 명이었죠?” 돌아온 답은 대략 이랬다. “사실 기본급이 많진 않지만 대신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어요.”
◆ “금융 전문가 돼야죠… 눈앞의 돈 보지 마세요"
기업이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대학생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앞서 언급한 기업은 대학 캠퍼스 리크루팅(캠리)에도 자주 등장한다. 캠리란, 기업 인사담당자가 학교로 방문해 대학생들에게 회사를 소개하고 입사를 권고하는 행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보험이나 카드사다. 최근 많은 대기업계열 보험 및 카드사가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졸 구직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채용 마케팅을 벌인다. 모집공고에는 ‘금융전문가’ ‘영업전문가’ 등의 이름을 붙이지만 결국 설계사 채용이다.
구직자들은 ‘OO생명’ ‘OO카드’라는 이름 탓에 대기업 본사에 취업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들 설계사조직은 본사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별개의 그룹으로 복리후생이나 승진체계 역시 본사의 관리를 받지 않는다. 종종 ‘본사 정규직’ 혜택을 내걸지만 현실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설계사를 ‘관리’하는 역할이라고 말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대개는 직접 영업을 뛰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이들은 “금융전문가로 키워줄 테니 당장의 월급에 연연하지 말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 취준생을 위한 정확한 정보 제공은 필수
취재를 위해 만난 전직 대졸 보험설계사는 이 같은 공격적인 채용을 ‘리크루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영업 직원을 많이 채용할수록 높은 리크루팅 평가를 받는데 이 점수는 매달 책정되는 실적에 반영돼 급여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 적극적으로 대학설명회를 열거나 취준생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입사를 독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본사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취재 목적으로 연락을 하면, “별도의 조직이다 보니 그런 사실을 몰랐다”거나 “해당 지점의 재량”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20~30대가 지인을 대거 동원해 실적을 올리고, 어느 날 힘에 부쳐 그만둔다 해도 본사로서는 남는 장사니 손해 볼 게 없다는 논리다.
물론, 실제 이런 과정으로 입사해 생계를 꾸려가고 심지어 억대 연봉을 받는 이도 있다. 그러나 취준생들이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이들 설계사는 기본급이 거의 없는 성과 중심제라는 것. 기본급이 있다고 해도 ‘회사 내부의 실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9월, 현대라이프생명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희망퇴직, 지점축소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폐쇄 지점 소속 보험설계사들도 대거 자리를 옮겨야 했다. 어느 직장이든 비슷하지만 보험설계사 조직은 특히나 이직이 잦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4년 1년간 활동한 보험설계사 중 2016년 말까지 3회 이상 이동한 비율은 전체의 20.3%에 달했다.
며칠 뒤, 만약 비슷한 전화가 걸려온다면 근무 여건을 확실히 물어보자. 물론 그 전에, 나의 성향이 영업에 적합한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글. 이도희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tuxi0123@hankyung.com>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날 현장에서 강연자는 문제가 되었던 부분을 언급하지 않는 대신 ‘외국계 기업’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해외진출 기회가 있음을 연신 내세웠다. 이제 갓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참가자들은 인사담당자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계속 손을 들고 질문을 던졌다. “그래서 기본급은 얼마죠? 실적이 저조할 경우 어떻게 되나요?” “들어보니 정규직은 아닌 듯한데, 정규직 전환 가능성이 있나요? 작년 전환자는 몇 명이었죠?” 돌아온 답은 대략 이랬다. “사실 기본급이 많진 않지만 대신 일한 만큼 돈을 벌 수 있어요.”
◆ “금융 전문가 돼야죠… 눈앞의 돈 보지 마세요"
기업이 취업난으로 힘들어하는 대학생을 악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앞서 언급한 기업은 대학 캠퍼스 리크루팅(캠리)에도 자주 등장한다. 캠리란, 기업 인사담당자가 학교로 방문해 대학생들에게 회사를 소개하고 입사를 권고하는 행사다.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보험이나 카드사다. 최근 많은 대기업계열 보험 및 카드사가 취업난에 허덕이는 대졸 구직자를 대상으로 공격적인 채용 마케팅을 벌인다. 모집공고에는 ‘금융전문가’ ‘영업전문가’ 등의 이름을 붙이지만 결국 설계사 채용이다.
구직자들은 ‘OO생명’ ‘OO카드’라는 이름 탓에 대기업 본사에 취업한다고 생각하지만 이들 설계사조직은 본사에서 따로 떨어져 나온 별개의 그룹으로 복리후생이나 승진체계 역시 본사의 관리를 받지 않는다. 종종 ‘본사 정규직’ 혜택을 내걸지만 현실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설계사를 ‘관리’하는 역할이라고 말하는 곳도 많다. 하지만 대개는 직접 영업을 뛰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구조다. 이들은 “금융전문가로 키워줄 테니 당장의 월급에 연연하지 말라”는 말도 서슴없이 한다.
◆ 취준생을 위한 정확한 정보 제공은 필수
취재를 위해 만난 전직 대졸 보험설계사는 이 같은 공격적인 채용을 ‘리크루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규 영업 직원을 많이 채용할수록 높은 리크루팅 평가를 받는데 이 점수는 매달 책정되는 실적에 반영돼 급여에도 영향을 준다는 것. 적극적으로 대학설명회를 열거나 취준생에게 개별적으로 연락해 입사를 독려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본사는 이렇다 할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취재 목적으로 연락을 하면, “별도의 조직이다 보니 그런 사실을 몰랐다”거나 “해당 지점의 재량”이라는 말만 되풀이한다. 20~30대가 지인을 대거 동원해 실적을 올리고, 어느 날 힘에 부쳐 그만둔다 해도 본사로서는 남는 장사니 손해 볼 게 없다는 논리다.
물론, 실제 이런 과정으로 입사해 생계를 꾸려가고 심지어 억대 연봉을 받는 이도 있다. 그러나 취준생들이 한 가지 알아둬야 할 것은 이들 설계사는 기본급이 거의 없는 성과 중심제라는 것. 기본급이 있다고 해도 ‘회사 내부의 실적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는 전제조건이 붙는 경우도 많다.
지난해 9월, 현대라이프생명이 경영악화를 이유로 희망퇴직, 지점축소 등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폐쇄 지점 소속 보험설계사들도 대거 자리를 옮겨야 했다. 어느 직장이든 비슷하지만 보험설계사 조직은 특히나 이직이 잦다. 지난해 국회입법조사처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4년 1년간 활동한 보험설계사 중 2016년 말까지 3회 이상 이동한 비율은 전체의 20.3%에 달했다.
며칠 뒤, 만약 비슷한 전화가 걸려온다면 근무 여건을 확실히 물어보자. 물론 그 전에, 나의 성향이 영업에 적합한지를 파악하는 게 우선이겠지만.
<글. 이도희 캠퍼스 잡앤조이 기자 tuxi0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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