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희상 국회의장이 31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희상 국회의장이 31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을 찾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역을 참배하고 있다. /연합뉴스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역이 자리한 경남 김해 봉하마을이 정치권의 새로운 ‘성지순례’ 코스로 자리잡고 있다. 전직 대통령의 거처나 고향이 정치세력의 구심점 역할을 한 것은 당연한 관례였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참배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희상 국회의장은 31일 봉하마을을 찾아 묘역을 참배했다. 문 의장은 묘소에 들른 뒤 방명록에 ‘하해불택세류(河海不擇細流). 협치 꼭 이루어서 사람 사는 세상 만들겠습니다’라고 적었다. 강과 바다는 조그마한 시냇물도 모두 받아들인다는 뜻이다. 문 의장이 취임 일성으로 강조했던 ‘여야 협치’를 다시 한 번 강조하는 문구다.

전날에는 보수정당에서 이례적으로 김병준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봉하마을을 찾았다. 노무현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낸 그의 이력 때문이기도 했지만, 진영논리를 넘어서자고 한 ‘노무현 정신’이 김 위원장이 구상하는 대여(對與) 관계와 맞아떨어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문 의장도 전날 김 위원장의 방문에 대해 “노무현 정신에 익숙한 분들이 찾아오는 것을 보니 협치가 될 것으로 본다”고 긍정 평가했다.

과거 봉하마을은 친노무현계의 성지이자 심장이었다. 현 정권 핵심 인사로 꼽히는 김경수 경남지사도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근무를 마친 뒤 봉하재단 사무국장 등을 지낸 바 있다. 봉하마을 운영을 담당하는 노무현재단의 현직 이사장은 더불어민주당 당권주자인 이해찬 의원이다.

봉하마을이 여야를 막론한 참배 필수 코스로 자리잡은 데는 임기 중 야당과의 ‘대연정’을 시도했을 만큼 협치를 강조했던 노무현 정신에 대한 정치권의 재평가가 한몫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두 전직 대통령의 수감 이후 구심점을 잃은 보수진영의 변화의 몸짓이라는 관측도 있다.

박종필 기자 j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