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조원 규모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중 20조원을 굴리는 새 운용사로 선정된 NH투자증권이 투자 대상과 운용 전략에 변화를 줄 것으로 알려져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기금을 안정적으로 운용하기 위해 변동성이 큰 바이오주 투자 비중을 줄일 것”이란 소문에 코스닥시장이 출렁거리기도 했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바이오주가 대거 하락하면서 코스닥지수가 4.38% 급락한 데엔 “NH투자증권이 주택도시기금 운용 과정에서 코스닥 바이오주 투자 비중을 줄일 것”이라는 소문이 영향을 미쳤다. 이 소문을 접한 자산운용사들이 바이오주 매도 물량을 쏟아냈다는 게 금융투자업계의 설명이다.

이날 공·사모펀드는 코스닥시장에서 바이오주 1188억원어치를 팔아치웠다. 한 펀드매니저는 “바이오기업에 대한 금융감독원의 회계감리와 외국인 매도세도 영향을 미쳤지만 주택도시기금 운용 전략에 변화가 있을 것이란 소문도 이유 중 하나였다”고 말했다.

주택도시기금은 주택청약저축과 국민주택채권을 통해 조성된 자금으로 42조원에 달한다. 국토부는 4년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 한 곳씩을 운용전담기관으로 선정해 자금을 맡긴다. 미래에셋자산운용과 한국투자증권이 2014년 ‘1기 운용기관’으로 선정돼 지난 4년간 자금을 운용했다.

국토부는 지난달 말 한국투자증권에서 NH투자증권으로 운용 증권사를 변경했다.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앞으로 4년간 각각 약 20조원 규모의 주택도시기금 운용을 총괄한다.

한국투자증권이 탈락한 것은 투자 종목 결정의 큰 틀이 되는 벤치마크 지수를 둘러싸고 국토부와 이견을 보였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졌다. 국토부는 한국투자증권이 벤치마크 지수로 사용했던 지수의 안정성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지수는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개발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이 사용한 지수는 코스닥 제약·바이오주와 중소형주 비중이 커 연기금이 벤치마크 지수로 사용하기엔 적절치 않다는 지적을 받아왔다”고 말했다. NH투자증권은 국토부의 의사를 반영해 벤치마크 지수를 코스피200으로 변경하고 안정성에 무게 중심을 둘 것으로 전해졌다.

NH투자증권은 이달 초 정영채 사장 직속으로 주택도시기금운용본부를 신설하는 등 운용에 공을 들이고 있다. 산하에는 자산배분, 운용, 성과평가 및 위험관리 등을 담당하는 4개 부서가 편성됐다. 최근에는 주식을 위탁 운용할 자산운용사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강현철 신임 주택도시기금운용본부장은 “시장에 민감한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운용과 관련된 사안은 공개하기 어렵다”며 “위탁 운용사 선정은 프레젠테이션을 거쳐 8월 중순께 완료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