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의 꿈이어야 할 코스닥시장이 ‘개미’들의 속을 까맣게 태우고 있다. 코스닥지수는 두 달 새 13% 넘게 떨어지면서 날개 없는 추락을 거듭하고 있다. 연초 정부의 코스닥시장 활성화 대책을 믿고 쌈짓돈을 털어 투자한 사람들은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최근에는 제약·바이오주를 중심으로 주가 하락에 베팅하는 공매도까지 급증해 공포 심리는 더욱 증폭되고 있다.
코스닥 공매도 '과열'… 개미들만 속탄다
◆‘베어마켓’ 진입 우려 확산

코스닥지수는 26일 16.26포인트(2.17%) 상승한 765.15에 마감했다. 이날 오랜만에 반등했지만 지난 1월29일 기록한 연고점(927.05)에 비하면 17.46% 하락했다. 증권가는 연중 고점 대비 하락률이 20%를 넘어서면 본격적인 약세장(베어마켓)에 진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코스닥시장 거래량의 80% 이상을 차지하는 개인투자자의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개인이 이달 들어 1210억원어치(25일 기준) 사들인 셀트리온헬스케어는 24.98% 떨어졌다. 바이로메드(-17.82%), 신라젠(-36.83%), CJ ENM(-19.70%) 등 코스닥 개인 순매수 상위 종목도 대부분 이달 들어 두 자릿수 하락률을 기록했다.

상장지수펀드(ETF) 수익률도 처참하다. 개인들은 코스닥150지수 상승률의 두 배가량 수익을 낼 수 있는 ‘KODEX 코스닥150레버리지’를 1700억원어치 사들였다. 하지만 레버리지 상품은 지수가 하락하면 손실도 두 배로 커지는 상품이다. 이달 들어 22.74% 손실을 냈다. 지난 23일에는 하루에만 10.28%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다.

4월 초 선보인 코스닥벤처 공모펀드의 성적표도 초라하다. 펀드정보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25일 기준 사모펀드를 제외한 12개 펀드에 7762억원이 들어왔지만 그중 11개 펀드가 손실을 보고 있다. 설정 후 수익률은 평균 -5.20%다.

개인투자자들이 모이는 인터넷 카페에서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을 믿고 투자했다가 원금이 반토막 났다”는 등의 원성이 쏟아지고 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25일 “하반기 코스닥시장 활성화 보완책을 내놓겠다”고 했지만 울분은 가라앉지 않는 분위기다. 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이미 투자 심리가 싸늘하게 식은 상황에서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바이오주는 공매도 공세에 ‘비실비실’

폭락장에서 공매도는 크게 늘었다. 공매도란 주가가 하락할 것으로 보고 주식을 빌려 판 뒤 나중에 갚아서 차익을 남기는 투자 방법이다. 일반적으로 공매도가 급증하면 추종 매도가 잇달아 주가가 떨어질 가능성이 더 커진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25일까지 코스닥시장에서는 24개 종목이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같은 기간 유가증권시장(13개) 지정 종목 수의 두 배에 달한다.

시가총액 1위인 셀트리온헬스케어의 공매도 거래대금은 20일 36억원에서 23일 429억원으로 11배 급증했다. 공매도 과열종목으로 지정돼 24일 거래가 금지됐지만 하루 만에 다시 과열종목에 이름을 올렸다. 신라젠도 1주일 새 두 번이나 과열종목으로 지정됐다.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움직임을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는 공매도 주체가 대부분 헤지펀드를 운용하는 외국인과 기관투자가이기 때문이다. 한 개인투자자는 “이번에도 개인만 손실 폭탄을 떠안는 구도”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코스닥시장의 부진이 시가총액 1~10위 중 절반을 차지하는 바이오주 급락과 관련이 깊은 만큼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지영 케이프증권 연구원은 “단기 급락으로 반등 여지가 존재하지만 금융당국의 바이오기업 회계감리가 이어지고 있어 분위기 반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본격적인 상승 국면으로 전환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최만수 기자 beb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