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유럽·중국 간 통상 갈등이 최고조에 달한 가운데 열린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총재 회의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대립의 골만 확인한 채 끝났다. 미국은 중국과 의미 있는 대화를 하지 못했고 유럽연합(EU)과는 “관세를 먼저 낮춰라”는 날선 공방만 주고받았다. 로이터통신은 “25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 간의 회담이 중대 기로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과 EU 회원국 등 주요 20개국 경제수장들은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발표한 공동성명을 통해 “세계경제는 아직 건실하지만 중·단기 하방 리스크에 직면해 있다”고 진단했다. 주요국들은 그 요인으로 △금융 취약성 증가 △통상 갈등 △지정학적 긴장 △불균형과 불평등 등을 꼽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지난 16일 발표한 ‘세계경제전망(WEO) 수정 보고서’에서 세계 무역전쟁이 현실화하면 2020년까지 전 세계 생산이 현재 전망치보다 0.5% 줄어들 것으로 추산했다.

FT는 “G20는 무역 갈등의 위험은 공감했지만 해법을 둘러싼 논의에서는 진전을 보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브뤼노 르메르 프랑스 재무장관은 폐막 기자회견에서 “우리의 머리에 총구를 겨누고 있는 미국과 협상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지난 6월1일부터 유럽산 철강과 알루미늄 제품에 각각 25%, 10%의 관세를 부과한 데 이어 유럽산 자동차에 20%의 관세를 물리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EU는 이에 반발해 미국산 철강과 버번위스키, 청바지 등에 보복관세를 부과했다.

스티븐 므누신 미 재무장관은 “EU의 보복관세로 미국의 일부 업종이 고통을 받을 수 있겠지만 경제성장 측면에서 어떤 광범위한 영향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고 맞받아쳤다. 그러면서 EU는 관세, 비관세 무역장벽, 보조금 정책을 바꾸고 미국과 더 공정한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EU 관계자는 “미국 측의 공정한 무역협정 제안을 환영한다”면서도 “미국은 공정하고 자유로운 무역에 대해 EU와 다른 개념을 갖고 있는 듯하다”고 꼬집었다. 피에르 모스코비시 EU 경제담당 집행위원은 “전반적으로 G20 경제수장들이 서로 이야기를 경청하는 분위기였으나 참가국 간에 무역 갈등에 관한 입장 차이는 여전히 남아 있다”고 했다.

로이터통신은 므누신 장관이 중국 대표단과는 간단한 환담 외에 어떤 의미 있는 대화도 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