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도 컷오프 통과를 자신할 수 없다.”

더불어민주당 차기 당권 주자들이 예비경선인 컷오프 통과에 절치부심하고 있다. 오는 26일 8명의 후보 가운데 3명만 통과시키는 예비경선을 앞두고 각 캠프에선 표 계산에 분주한 모습이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국회에서 당대표 출마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21일 마감한 민주당 전당대회 당대표 후보는 이해찬·이종걸·김진표·송영길·최재성·이인영·박범계·김두관 의원 등 총 8명이다. 3명만 살아남는 컷오프를 앞두고 각 후보 진영에는 긴장감마저 감돈다. 일반인 대상 당대표 적합도 조사에서 1위를 달리는 이해찬 의원도 컷오프 통과를 낙관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컷오프를 결정하는 유권자인 중앙위원이 고도의 정치집단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액면대로 표를 계산하기가 여의치 않다. 중앙위원은 국회의원 130명과 원외 지역위원장,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당선된 시도지사·시장·군수·구청장 등 광역·기초단체장, 원로 고문단 등 약 470명이다. 이들 투표인단의 정치적 이해관계 역시 제각각이다. 현역 의원과 원외 지역위원장들은 2년 뒤 총선 공천권이 최대 관심사다. 기초·광역단체장들은 차기 당대표가 지방선거 공천과는 무관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처지다.

여기에 민주당 내 최대 그룹을 형성하고 있는 친문(친문재인)계 후보가 난립한 것도 컷오프 예측이 어려운 이유로 꼽힌다. 친문계 후보들 사이에서는 “서로 겹치는 표를 가져가면 친문계가 대거 컷오프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해찬·김진표·최재성·박범계 의원 등은 친문계, 송영길 의원은 범친문으로 분류된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특정 후보를 밀기 위한 ‘오더’ 투표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각 후보가 그동안 쌓아온 네트워크와 진정성을 두고 고민하는 투표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무엇보다 막판 이해찬 의원의 출마 선언으로 ‘친문 주자’를 자임한 후보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기존에 확보해 둔 중앙위원들의 표 계산을 다시 해야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 의원은 그동안 당내외 활동을 왕성하게 하지는 않았지만 친노(친노무현)·친문 진영의 좌장이라는 상징성을 갖고 있어 기존 판도에 변화가 불가피하다. 다만 민주당 내 친문그룹 의원들 사이에서도 이 의원의 출마에 부정적 의견이 적지 않았던 게 변수다. 한 후보 측 관계자는 “당내 정서를 감안하면 이 의원 측도 중앙위원 대상의 예비 경선에서 표 확보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유력 당권 주자가 예비경선에서 낙마할 경우 정치적으로 치명상을 입는다. ‘본선에도 진출하지 못했다’는 낙인은 향후 정치 행보에도 커다란 걸림돌이다. 각 캠프에서 컷오프를 앞두고 ‘확실한 자기표’ 잡기에 사활을 거는 것도 이 때문이다. ‘100표면 컷오프 안정권, 70표는 커트라인’이라는 게 각 캠프의 공통된 분석이다. 한 캠프 관계자는 “예비경선은 고도의 정치적 집단이 유권자로 참여하기 때문에 일반 국민 대상의 여론조사와 완전히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다”고 전망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