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현장 돌며 근로자 건강체크…발포 비타민·식염 포도당·보양식 등 제공
'숨이 턱턱'… 폭염과 사투 벌이는 전국 산업현장
연일 낮 최고 기온이 35도를 훌쩍 넘는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는 일주일 넘게 폭염 경보가 이어지고 있다.

사상 유례없는 폭염 속에서 전국 산업현장 근로자들은 사투를 벌이고 있다.

경북 포항의 포스코 포항제철소 직원들은 '폭염 속 폭염'의 현장인 용광로에서도 묵묵히 일하며 산업현장을 지키고 있다.

용광로가 있는 제선부 근로자들은 평균 섭씨 50도를 웃도는 고온의 작업장에서 폭염과 열대야보다 더한 열기와 맞서고 있다.

선철이라고 부르는 쇳물을 뽑아내기 위해서는 용광로에 철광석과 코크스 등을 집어넣어 1천500도 안팎으로 가열하는 작업이다.

포항제철소에는 이처럼 섭씨 50도를 오르내리는 고열 작업장은 30여 곳에 이른다.

포항제철소는 더위에 시달리는 직원을 위해 다양한 처방을 하고 있다.

무더위로 낮에 숙면에 어려움을 겪는 야간 근무자를 위해 16일부터 9월 3일까지 사내 생활관 16개 실에 수면실을 만들어 오전 8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한다.

또 작업장마다 제빙기와 냉온수기를 설치해 시원한 물과 얼음을 수시로 공급하고 아이스크림이나 수박 등 시원한 음식물을 나눠준다.

8월 말까지 의사와 약사, 간호사, 산업위생사 등으로 구성한 건강증진섹션 진료팀이 고열 작업장을 돌며 근무자들을 돌보고 있다.

건강증진섹션 김창우 의사는 "폭염에 고열 작업장 근무 직원들의 생체 균형이 무너져 체온 조절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평소 물과 식염 포도당을 자주 섭취해 온열 질환에 대비하도록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포항제철소는 16일부터는 야외작업이 많은 기계, 전기, 토건, 도장 등 17개 정비 외주 파트너사 2천여 명을 대상으로 점심시간을 1시간에서 1시간 30분으로 늘려 조금이라도 더 쉴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 하루 2회 이상 별도 휴식시간을 마련하는 등 근무시간을 탄력적으로 운영한다.
'숨이 턱턱'… 폭염과 사투 벌이는 전국 산업현장
울산시 울주군 온산읍의 LS니꼬동제련 제련 1공장도 공장 안 열기가 더 뜨겁다.

이 공장에서는 광석을 녹여서 불순물을 제거한 후 400㎏짜리 순도 99.5%의 구리판을 제작하고 있는데, 공장 용광로에서 녹아 흐르는 액체 상태의 구리 온도는 무려 1천250도다.

LS니꼬동제련은 더위에 지칠 수 있는 직원들을 위해 매주 2회 보양식을 배식하고 아이스크림, 발포 비타민 등을 제공한다.

올해는 특히, 전련공장(전기분해로 순도 99.99% 동을 만드는 공장)에 19억원가량을 들여 뜨거운 내부 공기를 밖으로 빼고 밖의 공기를 내부로 주입하는 환기시스템을 설치해 가동 중이다.

충남 당진 현대제철도 무더운 날씨에 펄펄 끓는 쇳물과 더불어 하루를 보내는 근로자들을 위해 작업장 곳곳에 대형 제빙기 70여 대를 설치해 얼음물을 마시며 컨디션을 조절할 수 있도록 했다.
'숨이 턱턱'… 폭염과 사투 벌이는 전국 산업현장
선박 건조공정 대부분이 야외 또는 밀폐된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조선소 근무자들에게도 여름은 가장 견디기 힘든 계절이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절로 흐르고 숨이 턱턱 막히는 한낮에 안전모, 긴 팔 작업복, 안전화, 장갑, 마스크 등 무겁고 두꺼운 보호 장구를 갖추면 체감온도는 40도를 훨씬 넘는다.

울산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다음 달 31일까지를 혹서기로 정하고 점심시간을 1시간에서 30분 더 늘렸다.

전복 삼계탕, 갈비탕, 수육 등 다양한 보양식을 제공하며 근로자 건강을 챙긴다.

또 현대중공업은 날이 가장 더운 7월 30일부터 8월 9일까지는 장기간 여름 휴가를 실시한다.

현대중 관계자는 19일 "연월차 사용을 장려하는데 8월 10일 연월차를 사용할 경우 주말을 포함해 7월 28일부터 8월 12일까지 총 16일의 긴 여름 휴가를 즐기며 재충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박 블록이나 탱크 등 작업 현장에는 대형 옥외 냉방기기인 스폿쿨러 1천100여 대를 가동하고, 조끼 안에 공기를 순환시켜 시원하게 해주는 에어 쿨링 재킷과 땀수건 등을 지급한다.

또 현장 곳곳에 제빙기와 땀으로 빠져나간 전해질을 보충하도록 식염 포도당을 비치해 폭염에 대비하고 있다.

경남 대우조선해양 거제 옥포조선소도 기온이 28도 이상이면 점심시간(낮 12시∼1시)을 30분 늘리고, 32도를 넘기면 1시간 연장한다.

일주일에 세 번씩 한방 삼계탕, 인삼 닭백숙, 장어탕, 훈제오리, 한방 불고기, 인삼 추어탕, 한방 갈비탕 등 고열량 보양식을 내놓고, 물냉면과 비빔냉면, 냉콩국수 등도 수시로 제공해 더위에 입맛을 잃지 않도록 한다.

식사를 마친 현장 직원들에게는 꽁꽁 얼린 500㎖짜리 생수를 1병씩 제공한다.

회사 매점에서 빙과류, 음료수와 교환할 수 있는 쿠폰도 나눠 준다.
'숨이 턱턱'… 폭염과 사투 벌이는 전국 산업현장
현대자동차 울산공장은 복날에 맞춰 갈비찜과 수박을 점심으로 내놓았고, 지난 12일에는 삼계탕 4만 그릇을 사내 식당에서 제공하기도 했다.

이날 제공된 삼계탕 재료비만 2억원이 넘는다.

현대차는 이달 들어서 직원 무더위 해소를 위해 빙과류도 하루 4만 개씩 매일 제공하고 있다.

8월까지 164만 개가 일터로 배달된다.

울산 석유화학 공단 내 SK 울산콤플렉스는 폭염특보가 발령될 경우 오후 1시부터 3시 사이 작업을 지양하고 시간당 15분씩 주기적으로 휴식시간을 준다.

이밖에 에쓰오일과 한화케미칼 등 또 다른 석유화학업체도 매주 보양식 식단 메뉴를 짜고 현장에는 이온음료에 제빙기를 설치해 직원들이 더위를 식히며 일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손대성 이정훈 한종구 김용태 장영은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