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문재인으로 시작해 문재인으로 끝난' 송영길의 출마 선언
“문재인 후보의 요청으로 선대위 총괄선대본부장을 맡아 경선 승리에 기여했습니다.”

18일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출마를 발표한 송영길 의원의 출마선언 도입부다. 비문(비문재인) 혹은 범(汎)친문(친문재인)으로 분류되는 그의 출마선언문은 처음부터 끝까지 ‘문재인’으로 장식됐다. 자그마치 22번이나 ‘문재인’이란 단어가 담겼다.

같은 날 최고위원에 출사표를 던진 남인순 의원(6번), 친문 인사로 분류되는 당대표 주자 김진표 의원(13번)과 비교해도 월등히 많다. 대부분의 문장이 ‘문재인 대통령님이 말씀하신’ ‘문재인 정부의’ ‘문재인 정권을’ ‘문재인과 함께’ 등의 표현으로 가득했다. 당내에선 ‘친문 인사’라는 점을 강조하려다 보니 정작 본인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데는 실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권 중진 의원은 “자신이 비문으로 분류되는 것에 지나치게 신경쓴 것 같다”고 꼬집었다.

‘친문 마케팅’은 송 의원에게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지난 17일 장고 끝에 당대표 불출마를 선언한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대표적인 사례다. 당대표 출마설이 나오자 “대통령이 허락하시면…”이라고 말한 그는 불출마 선언에서 “대통령께 드린 부담을 스스로 결자해지하고자 한다”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김 장관이 대통령을 ‘팔고 다닌다’는 불만이 나오기도 했다.

송 의원과 함께 4선 최재성 의원도 고심 끝에 19일 출마를 선언하기로 하면서 이제 최종 관심은 ‘친노(친노무현)·친문’의 좌장격인 7선의 이해찬 의원이 출마할 것인지에 쏠리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이 의원이 무게감 있는 집권여당 대표로서 당청 관계를 주도해야 한다는 긍정론과 2선에서 젊은 후배들을 지원해야 한다는 부정적 의견이 엇갈린다.

여권 관계자는 “친문 경쟁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며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면 여당이 급격히 흔들릴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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