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위치·중립성 작용…여러 차례 역대 미·러 정상 만나
핀란드 대통령궁에선 1990년 아버지 부시·고르바초프도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6일 낮(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에서 대좌, 공식적으로 첫 정상회담을 했다.

양국 정상은 작년 7월 독일 함부르크 G-20(주요 20개국) 정상회의 때와 같은 해 11월 베트남 다낭에서 열린 아·태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때 잠시 만난 적은 있으나 공식적인 회담은 이번이 처음이다.

양국 정상이 첫 공식 회담을 핀란드 헬싱키에서 개최한 것은 핀란드의 지정학적 위치나 중립성이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인구 550만 명의 핀란드는 우선 지리적으로 러시아와 유럽의 중간 지역에 자리 잡고 있다.

핀란드는 지난 1150년부터 1809년까지 약 700년간 스웨덴의 지배를 받은 뒤 러시아 내 대공국이 됐다가 1917년 독립했다.

2차 대전 이후에도 구소련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현실 등을 고려해 소련과의 관계도 중시하며 중립외교정책을 펴서 다른 서방국가에 비해 러시아와 정서적으로 가깝다.

특히 핀란드는 미국과 소련이 양극체제를 형성하고 대결을 벌였던 냉전 시대에 서방에 속해 있으면서도 구소련의 위협에 대응해 미국이 주축이 돼 출범한 안보동맹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지 않았다.

유럽연합(EU)에는 지난 1995년 가입했으며 이후에도 이웃 국가인 스웨덴과 마찬가지로 나토에는 계속 가입하지 않고 있다.

다만, 지난 2014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내분 사태 무력 개입 및 크림반도 병합 이후에는 나토와 협력을 강화하며 친 나토노선을 보이고 있다.

핀란드는 이미 여러 차례 미국과 소련, 미국과 러시아 간 정상회담을 개최한 전통을 갖고 있다.

지난 1975년 8월 당시 제럴드 포드 미국 대통령과 브레즈네프 소련 서기장이 다른 유럽국가 정상들과 함께 상호 간 국경 존중 등의 내용을 담은 협정(이른바 헬싱키 협정)에 서명한 곳도 헬싱키였다.

또 1990년 9월엔 당시 조지 H.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미하일 고르바초프 소련 대통령이 헬싱키에서 만나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에 대한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1997년엔 당시 빌 클린턴 대통령과 보리스 옐친 대통령이 헬싱키에서 군축문제와 나토 확장문제에 대해 의견을 나눈 바 있다.

정상회담은 아니지만 지난 6월엔 미군과 러시아군의 핵심인 조지프 던포드 미 합참의장과 발레리 게라시모프 러시아 총참모장이 만나 양국 군사관계와 시리아 사태를 비롯해 국제안보문제에 대해 협의했다.

이번에 트럼프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이 만난 핀란드 대통령궁은 19세기 핀란드 부호가 건립한 고풍스러운 건물로 면적이 3천㎡이며 발트해가 바라다보이는 헬싱키의 명소인 시장 광장 부근에 자리를 잡고 있다.

지난 1990년 당시 부시 대통령과 고르바초프 대통령이 회담한 곳도 이곳이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과 고(故)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등이 머물렀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