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 주범 `경유`…가격 못올리는 현실적 이유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경유 1천424원, 휘발유 1천698원`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주유소 입구에 적힌 기름값이다. 경유가 1ℓ에 200원 이상 싸다.
국내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싼 것을 상식처럼 여긴다. 이 때문에 많은 이가 차를 살 때 웬만하면 경유차를 선택한다.
문제는 경유차가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PM) 발생 주범의 하나라는 점이다.
환경부와 시민단체, 환경 전문가는 경윳값 인상으로 경유차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을 싹쓸이한 여당 소속 서울·경기·인천 광역 단체장도 시민의 미세먼지 고통을 줄일 방안의 하나로 경윳값 인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기획재정부가 경유 가격 인상의 파급력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서 이러한 방안이 실현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 수도권 단체장 "경유-휘발유 가격 차 줄여달라"…환경부 "관계부처 협의"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남춘 인천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6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에게 경유차 배출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경유와 휘발유 가격 차를 해소해달라고 건의했다.
그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한 김 장관은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환경부는 조만간 기재부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 `경유가 인상` 필요성을 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경유차가 배출하는 대기 오염 물질은 수도권과 전국 초미세먼지(PM-2.5) 요인의 각각 23%, 11%를 차지했다.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차와 달리 경유차에서 많이 나오는 질소산화물은 초미세먼지의 근본 요소다.
특히 오래된 경유차일수록 오염물질을 많이 뿜어낸다. 1997년 이전 생산된 화물차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2007년식 차량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경유차 비율은 최근 급속히 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1년 36.3%에서 2014년 39.4%, 지난해 42.5%로 뛰었다.
참여정부가 경유 승용차 판매를 허용한 데 이어 이명박정부 때는 `클린 디젤(경유)` 정책을 편 탓이다.
지난해 전국 자동차 2천253만대 가운데 경유차는 958만대에 달한다. 국민은 경기 침체, 한반도 정세불안, 노후 불안, 자연재해보다 미세먼지가 더 불안하다고 여기지만, 정작 미세먼지 주범인 경유차는 불티나게 팔리는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년 조사한 `수송 부문의 연료별 발암 위해도 기여`를 살펴봐도 경유가 98.8%로 압도적이다. 휘발유는 0.99% 수준이다. ◇ 환경부-기재부 `입장차`…전문가 "손 놓아서는 안 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경유차 958만대 중 57.1%인 546만대는 승용차이다. 나머지는 화물차 330만대(34.5%), 승합차 73만대(7.6%), 특수차 8만4천대(0.8%) 등이다.
이런 통계는 환경부가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수준이 비슷하게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유가 산업용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격이 훨씬 쌌다. 그나마 2005년 에너지 세제 개편 이후 10년 넘게 휘발윳값이 `100`이라면 경윳값은 `85` 수준으로 올랐다"며 "경유차를 줄이려면 장기적으로 양쪽을 중간 수준인 `92` 또는 `93`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법을 관리하는 기재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수송용 에너지세 개편이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546만대의 경유 승용차 소유자와 330만대 화물차 운전자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탓에 경윳값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화물차는 예외 없이 경유를 연료로 쓰기에 경유가 인상은 영세한 자영업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이미 대형 트럭에 대해서는 현재 연간 2조5천억 원 규모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결국 급격한 경윳값 인상은 보조금 증가로 이어져 정부 재정에도 부담된다. 일부 전문가는 환경과 경제를 두루 고려해 장기적으로 경유와 휘발유 가격 차이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좁혀야 한다고 제안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온 국민이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받고 일부는 조기 사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반발을 우려해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영세한 자영업자 생계에 악영향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10년 정도 기간을 두고 경유 가격을 매년 리터당 10원 정도 인상해 가격 비율을 OECD 평균 수준인 93% 정도로 높여야 한다"며 "더 근본적으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보급을 늘리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국내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대책을 서두르기에 앞서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요인을 줄이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뉴스부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최근 서울 서초구의 한 주유소 입구에 적힌 기름값이다. 경유가 1ℓ에 200원 이상 싸다.
국내에서는 경유가 휘발유보다 싼 것을 상식처럼 여긴다. 이 때문에 많은 이가 차를 살 때 웬만하면 경유차를 선택한다.
문제는 경유차가 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PM) 발생 주범의 하나라는 점이다.
환경부와 시민단체, 환경 전문가는 경윳값 인상으로 경유차를 줄여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지난달 지방선거에서 수도권을 싹쓸이한 여당 소속 서울·경기·인천 광역 단체장도 시민의 미세먼지 고통을 줄일 방안의 하나로 경윳값 인상을 제안했다.
하지만 `칼자루`를 쥔 기획재정부가 경유 가격 인상의 파급력을 고려해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서 이러한 방안이 실현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 수도권 단체장 "경유-휘발유 가격 차 줄여달라"…환경부 "관계부처 협의"
박원순 서울시장과 박남춘 인천시장, 이재명 경기지사는 지난 6일 `미세먼지 해결을 위한 정책간담회`에서 김은경 환경부 장관에게 경유차 배출 오염물질을 줄이기 위해 경유와 휘발유 가격 차를 해소해달라고 건의했다.
그 필요성에 적극적으로 공감한 김 장관은 기재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하겠다고 답변했다.
환경부는 조만간 기재부와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에 `경유가 인상` 필요성을 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경유차가 배출하는 대기 오염 물질은 수도권과 전국 초미세먼지(PM-2.5) 요인의 각각 23%, 11%를 차지했다.
휘발유나 액화석유가스(LPG)차와 달리 경유차에서 많이 나오는 질소산화물은 초미세먼지의 근본 요소다.
특히 오래된 경유차일수록 오염물질을 많이 뿜어낸다. 1997년 이전 생산된 화물차 초미세먼지 배출량은 2007년식 차량의 23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의 경유차 비율은 최근 급속히 커졌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11년 36.3%에서 2014년 39.4%, 지난해 42.5%로 뛰었다.
참여정부가 경유 승용차 판매를 허용한 데 이어 이명박정부 때는 `클린 디젤(경유)` 정책을 편 탓이다.
지난해 전국 자동차 2천253만대 가운데 경유차는 958만대에 달한다. 국민은 경기 침체, 한반도 정세불안, 노후 불안, 자연재해보다 미세먼지가 더 불안하다고 여기지만, 정작 미세먼지 주범인 경유차는 불티나게 팔리는 모순이 발생하는 셈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이 2015년 조사한 `수송 부문의 연료별 발암 위해도 기여`를 살펴봐도 경유가 98.8%로 압도적이다. 휘발유는 0.99% 수준이다. ◇ 환경부-기재부 `입장차`…전문가 "손 놓아서는 안 돼"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경유차 958만대 중 57.1%인 546만대는 승용차이다. 나머지는 화물차 330만대(34.5%), 승합차 73만대(7.6%), 특수차 8만4천대(0.8%) 등이다.
이런 통계는 환경부가 경유와 휘발유의 가격 수준이 비슷하게 맞춰져야 한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환경부 관계자는 "과거에는 경유가 산업용이라는 인식 때문에 가격이 훨씬 쌌다. 그나마 2005년 에너지 세제 개편 이후 10년 넘게 휘발윳값이 `100`이라면 경윳값은 `85` 수준으로 올랐다"며 "경유차를 줄이려면 장기적으로 양쪽을 중간 수준인 `92` 또는 `93`에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세법을 관리하는 기재부는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김병규 기재부 세제실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수송용 에너지세 개편이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쉽게 결정할 사안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매우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546만대의 경유 승용차 소유자와 330만대 화물차 운전자의 거센 반발이 예상되는 탓에 경윳값을 쉽게 올리지 못하는 것이다. 특히 화물차는 예외 없이 경유를 연료로 쓰기에 경유가 인상은 영세한 자영업자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
정부는 이미 대형 트럭에 대해서는 현재 연간 2조5천억 원 규모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고 있어 결국 급격한 경윳값 인상은 보조금 증가로 이어져 정부 재정에도 부담된다. 일부 전문가는 환경과 경제를 두루 고려해 장기적으로 경유와 휘발유 가격 차이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준으로 좁혀야 한다고 제안한다.
홍종호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온 국민이 미세먼지 때문에 고통받고 일부는 조기 사망하는 상황에서 정부가 반발을 우려해 손을 놓아서는 안 된다"며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점을 솔직하게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이어 "영세한 자영업자 생계에 악영향이 없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면서 10년 정도 기간을 두고 경유 가격을 매년 리터당 10원 정도 인상해 가격 비율을 OECD 평균 수준인 93% 정도로 높여야 한다"며 "더 근본적으로는 전기차와 하이브리드차 보급을 늘리고 대중교통을 많이 이용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른 일각에서는 국내 경제에 피해를 줄 수 있는 대책을 서두르기에 앞서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중국 요인을 줄이기 위한 외교적인 노력을 더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디지털뉴스부
한국경제TV 핫뉴스
ⓒ 한국경제TV,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