습도가 높고 무더운 한여름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휴가철을 맞아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사람이 늘면서 각종 수인성 감염병 위험이 높아졌다.

수인성 감염병은 세균, 바이러스 등으로 오염된 물을 통해 감염되는 질환이다. 세균과 바이러스가 오염된 물을 통해 몸속으로 들어오면 위장관에서 증식하면서 감염 증상을 일으킨다. 이후 대소변을 통해 몸 밖으로 나간다. 이렇게 나간 세균과 바이러스가 주변 물을 오염시키면 다시 다른 사람들이 감염된다. 대표적 수인성 감염병으로는 장티푸스, 콜레라 등이 있다. 여름철 주의해야 할 수인성 감염병과 증상, 예방법 등을 알아봤다.
장티푸스는 '고열', 콜레라는 '설사'… 발병 즉시 항생제 처방 받아야
장티푸스 성인은 변비, 소아는 설사 증상

여름철 환자가 늘어나는 수인성 감염병 중 하나가 장티푸스다. 장티푸스 살모넬라 타이피균에 감염되는 질환이다. 환자 및 보균자의 대변과 소변에서 나온 균에 물과 음식이 오염되면 이를 통해 퍼진다.

장티푸스를 예방하기 위해 환자는 물론 보균자를 잘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 보균자는 균에 감염됐지만 증상이 생기지 않은 사람을 말한다. 장티푸스 보균자의 대소변에서는 1년 넘게 살모넬라균이 검출된다. 균이 100만~10억 개 정도 있으면 감염된다. 장티푸스에 감염되면 1~3주 잠복기를 거친 뒤 수일 동안 열이 점점 높아진다. 40도 이상 고열이 3~4주 지속된다. 성인은 변비, 소아는 설사 증상을 흔히 보인다. 간과 비장이 약간 커지고 피부에 붉은 반점이 생기기도 한다. 위액의 산도가 떨어지는 무산증 환자 및 위절제수술을 받은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장티푸스 발병 위험이 더 높다.

장티푸스를 치료하지 않으면 장 출혈, 장 천공, 간염, 뇌수막염 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높다. 항생제를 이용해 치료한다. 장티푸스가 생기자마자 항생제 치료를 하면 사망률이 1% 이하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10~20%로 높아진다. 예방을 위해 환자가 발생하면 철저히 격리해야 한다. 증상이 나타나지 않은 보균자를 찾아 관리하는 것도 중요하다. 예방접종도 도움이 된다. 식사준비를 하기 전과 배변 후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장티푸스가 유행하는 지역에서는 물을 끓여 마셔야 한다. 보균자는 식품을 다루거나 환자 간호하는 일을 하지 말아야 한다.

세균성 이질도 수인성 감염병이다. 시겔라균에 감염돼 생긴다. 10~100개 정도의 세균만으로도 감염된다. 매년 세계적으로 1억6500만 명의 환자가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70% 정도는 어린이다. 3~4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급성 대장염 증상을 보인다. 발열, 복통, 구토가 흔한 증상이다. 점액과 혈액이 섞인 설사를 하고 대변을 볼 때 잘 나오지 않고 답답한 증상을 호소한다. 대장 점막에 염증, 충혈이 나타나고 장점막에 궤양이 생기기도 한다. 수분과 전해질을 공급해 치료해야 한다. 심하면 항생제도 사용한다.

해외여행 가면 콜레라 주의

여름 휴가를 맞아 해외여행을 간다면 콜레라에 걸리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국내 콜레라 환자는 대부분 해외에서 감염된 뒤 입국하는 해외유입 환자다. 콜레라는 비브리오 콜레라균에 감염돼 생기는 질환이다. 오염된 음식이나 물을 섭취하면 감염된다. 1억~100억 개 정도의 균이 있어야 증상이 생기지만 무산증 환자, 위 절제수술을 받은 환자는 이보다 적은 수의 균으로도 감염된다. 콜레라균이 몸속으로 들어오면 소장 점막에 붙어 증식하며 독소를 생성한다. 이 독소 때문에 심한 설사를 한다.

1~2일 정도 잠복기를 거친 뒤 쌀뜨물 같은 설사를 한다. 열이 나지는 않지만 설사가 심하면 탈수 때문에 쇼크 상태에 빠지기도 한다. 중증 콜레라는 4~12시간 만에 쇼크에 빠지고 18시간~수일 내에 사망할 위험이 있다.

콜레라에 걸렸다면 수분과 전해질을 보충하는 것이 중요하다. 항생제를 쓰면 설사 양과 기간이 줄어든다. 증상이 심하다면 입원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호흡기 감염병이 아니기 때문에 환자를 엄격하게 격리할 필요는 없지만 환자 배설물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식중독 예방 위해 주방 청결 중요

여름에는 포도알균이 원인인 식중독 환자도 늘어난다. 오염된 음식을 먹은 뒤 수시간 안에 증상을 보이고 2~3일 정도 지나면 저절로 낫는다. 포도알균은 음식을 끓여도 파괴되지 않는다. 상한 음식은 끓이더라도 균을 없앨 수는 없다. 고기, 우유, 치즈, 아이스크림, 마요네즈 등의 식품에서 균이 잘 자란다. 상한 음식을 먹지 않도록 유통기한을 잘 확인해야 한다.

계란, 우유 등을 통해 잘 생기는 식중독 중 하나가 살모넬라 식중독이다. 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계란 껍데기에 눈으로는 보이지 않는 균열이 생기면 산란할 때 닭의 대변 속에 있던 세균이 들어가 식중독의 원인이 된다”고 했다. 심한 설사, 발열 등의 증상 때문에 장티푸스로 오인하기도 한다.

비브리오 식중독은 생선회, 굴, 낙지 등을 날것으로 먹은 뒤 주로 생긴다. 비브리오균은 민물과 바닷물이 합쳐지는 곳에 많다. 민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곳에서 잡은 생선을 날로 먹으면 비브리오 식중독 위험이 커진다. 비브리오균은 염분 농도가 높은 곳에서도 오래 산다. 짭짤한 젓갈을 통해서도 식중독에 걸릴 위험이 있다. 간경화증이 있는 사람은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비브리오균에 감염되면 온몸에 물집이 생긴다. 치사율도 높은 편이다.

바닷장어나 오징어를 회로 먹은 뒤 갑자기 심한 복통, 구토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 고래회충이 원인일 가능성이 있다. 명주실처럼 생긴 고래회충은 위벽을 파고들어 식중독 증상을 일으킨다.

각종 식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음식을 취급할 때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고기, 달걀 등은 70도 이상 온도에서 조리한 뒤 바로 먹어야 한다. 생닭을 자른 칼과 도마로 익힌 소고기나 생으로 먹는 채소 등을 잘라 먹는 것도 삼가야 한다. 생선, 육류를 요리한 뒤에는 반드시 손을 씻어야 한다. 손에 상처가 생겼다면 붕대나 반창고를 이용해 상처 부위가 음식에 닿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주방의 모든 표면을 청결하게 유지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릇에 직접 닿는 행주는 반드시 끓인 물에 삶아 사용하고 주방 바닥을 닦는 걸레도 자주 빨아야 한다. 음식이 해충이나 바퀴벌레 등에 닿지 않도록 주의하고 깨끗한 물만 써야 한다.

bluesky@hankyung.com

도움말=박완범 서울대병원 감염내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