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무엇을 '의견'으로 볼 것이냐에 대한 기준이 명확하지 않아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지하철 1~8호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는 지난달 22일 열린 자체 광고심의위원회에서 앞으로 개인이나 단체의 주장 또는 성·정치·종교·이념의 메시지가 담긴 '의견 광고'를 지하철역에 내는 것을 금지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공사 관계자는 9일 "그간 페미니즘 광고, 도보다리 광고 게재 문제가 논란이 됐는데, 개인이나 단체의 의견 광고는 금지한다는 이번 결정으로 명확한 원칙이 세워진 셈"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대학생겨레하나는 지난달 5호선 광화문역에 판문점 선언을 지지하는 시민 광고를 게재할 계획이었지만 서울교통공사의 승인을 받지 못했다.
해당 광고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4월 27일 판문점 선언 당시 도보다리 위를 나란히 걷는 사진과 함께 '남북이 만나 세상에 둘도 없는 길동무가 되었습니다'라는 글귀를 실었다.
5월에는 숙명여대 학생들이 4호선 숙대입구역에 여성에 대한 편견이나 불법촬영 중단 등과 관련된 페미니즘 광고를 게시하려고 했지만 성사되지 못했다.
반면 1월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는 노원·광화문·종로3가 등 10개 지하철역에 게재됐는데, 일각에서 '공공기관의 정치적 중립성을 해치는 광고'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당시 문 대통령의 생일 축하 광고는 아이돌 팬들이 아이돌의 생일이나 데뷔 등을 축하하기 위해 지하철 역사에 광고하는 것과 같은 방식으로 지지자들이 진행했다. 그러나 서울교통공사의 이번 결정으로 문 대통령의 생일 축하 광고는 다시는 지하철에서 볼 수 없게 됐다.
반면 아이돌의 생일 축하 광고는 계속 허용된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광고심의위원회에 문의한 결과 아이돌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는 '의견 광고'로 분류되지 않고 단순 팬심으로 본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아이돌 등 연예인을 대상으로 팬들이 하는 광고는 앞으로도 허용한다는 것이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 축하 광고에 대해 공사는 "이 역시 '의견 광고'는 아니지만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정치인 관련 광고는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서울교통공사노동조합은 공사의 '의견 광고' 금지에 대해 이날 성명을 내고 "민주주의 후퇴, 시민공간에 대한 통제"라며 "시민들의 공적 소유이자 일상 소통 공간을 서울교통공사 입맛에 맞춰 통제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난했다.
노조는 "평범한 일반시민과 학생들, 사회적 약자, 시민단체 등에게 의견표출 수단과 공간은 극히 제한적"이라며 "이런 점에서 시민들의 공적 소유이자 일상 활동공간인 지하철역은 다양한 의견들을 나눌 수 있는 훌륭한 소통공간"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런데 서울교통공사는 이러한 시민의 권리와 주장을 어떻게 잘 수렴하고 확대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과 제도적 대책마련이 아니라 의견 광고 자체를 원천봉쇄하는 결정을 내렸다"며 "시대흐름과 민의 요구에 정면으로 반하는 결정으로 당장 철회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