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이 6일 세번째로 평양 땅을 밟은 가운데 미중 무역전쟁의 서막이 올랐다. 북핵문제 해결에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되는 G2(미국·중국)가 본격적인 힘겨루기에 돌입하면서 북미 후속협상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주목된다.
이날 평양에 도착하는 폼페이오 장관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 등이 만나는 이번 협상은 기본적으로 북한과 미국간 양자외교의 영역이지만 사실상 중국이 함께 얽혀 있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이자 최대 경제 후원자인 중국의 태도에 따라 비핵화 관철을 위한 6·12 북미 정상회담 후속 대화 국면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고강도 대북제재를 통한 '최대 압박' 작전을 펼치면서 중국에 신경을 쓴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중국 역할론'의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품에 고율 관세 부과를 강행한 건 호재로 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역사적인 북미정상회담으로부터 25일간 소강상태에 빠졌던 후속 대화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으로 뒤늦게 시동을 거는 과정에 미중 갈등은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중국이 공개적으로 반격을 예고하면서 관세 보복뿐만 아니라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활용해 미국의 비핵화 협상을 방해하거나 제동을 걸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대북 협상 전문가인 빌 리처드슨 전 미국 에너지부 장관은 최근 CNN과의 인터뷰에서 지난달 개최된 김 위원장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시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에 보내는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그는 "중국이 트럼프에게 '당신이 우리에게 무역 관세를 부과하고 북한에 대한 협력도 원하느냐? 둘 다 가질 수는 없다'라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6·12 북미 정상회담 이후 중국 쪽 대북제재망이 느슨해지고 있다는 정황이 속속 포착되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오고 있다.
이번 방북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들고와야 하는 폼페이오 장관으로서는 북한으로부터 기대만큼의 협력을 얻지 못하고 돌아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는 시각도 나오는 상황이다.
이날부터 1박2일로 진행될 고위급 협상에서 미국은 북한으로부터 '핵 신고 목록'과 '비핵화 시간표'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무역전쟁으로 미국과 틀어진 중국이 북한과 더 밀착해 경제적 협력을 약속할 경우 북한이 확답을 주지 않고 시간을 더 끌 가능성이 제기된다.
관세전쟁 선포와 무관하게 북미 당국이 실무급 조율을 통해 폼페이오 장관의 평양 방문을 미리 확정, 대화를 준비해왔다는 점에서 당장 미중 무역전쟁이 미칠 부정적인 여파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관측이 좀 더 우세하다.
폼페이오 장관이 국무부 출입기자 6명을 방북길에 동행하는 것 역시 사전 조율을 통해 소기의 성과를 보여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표출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