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인도인에게 영국은 또 다른 '카스트'였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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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인사이트
손창호 지음 / 이담북스
211쪽│1만4000원
손창호 지음 / 이담북스
211쪽│1만4000원
타지마할은 17세기 무굴제국 5대 황제인 샤 자한이 사별한 황후의 넋을 기리기 위해 만든 묘당으로 인도를 대표하는 세계적 건축물이다. 인도인들은 인류 문화유산으로서 타지마할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관광객들로부터 타지마할의 아름다움에 대해 칭찬을 듣는 것을 즐긴다.
그러나 타지마할을 바라보는 인도인의 마음에는 미묘한 정서가 깔려 있다. 무굴제국은 16세기 전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인도 지역을 통치했다. ‘무굴’이라는 단어는 힌두어로 몽골을 지칭하는 단어다. 무굴제국은 토착 세력이 아니라 몽골에서 건너온 외부 침입자였다. 타지마할은 인도인들을 지배한 무굴제국의 건축물이며, 인도사람들이 믿는 힌두교와는 다른 이슬람교 사원인 것이다.
인도는 민족적,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요소들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용광로와 같은 나라다. 13억 명의 인구, 카스트라는 계급문화, 뛰어난 수학적 능력 정도만 인도에 대해 알려진 일반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는 불과 100년 전만 해도 하이데라바드, 케랄라, 타밀, 벵골 등의 국가로 분리돼 있었을 정도로 서로 다른 민족들의 연합체다.
18년차 외교관인 손창호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실 정세분석과장은 《인도 인사이트》에서 뉴델리 대사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개괄적으로 안내한다. 인도의 종교와 역사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 인도의 과거와 오늘을 분석하고, 인도 경제를 전망한다.
인도는 식민지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닮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일본에 반감을 가진 것처럼 영국에 적개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다고 저자는 전한다. 인도는 영국 식민지 이전에도 이미 수백 년간 외래 왕국들에 의해 통치자가 변하는 역사가 계속돼왔고, 그 속에서 각 지역 민족의 고유문화가 존속돼왔다. 따라서 식민 지배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 상실 같은 것은 경험하지 않았다는 것. 게다가 인도의 전통적 계급제도인 카스트는 무굴인이나 영국인이 지배를 강화하면 이를 또 하나의 카스트로 간주해 최상위층으로 삼았을 뿐이다.
저자는 2014년 총선을 통해 선출된 하층민 출신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인도의 변화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마하트마 간디, 자와할랄 네루, 인디라 간디 등 과거 지도자들은 모두 상류층 신분이었다.
인도 국민들은 모디가 이전 지도자들처럼 ‘아랫것들에게 베푼다’는 식의 선심성 정책을 펴는 게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지도자가 되길 기대한다. 이는 서구식 평등주의와 대중 중심의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라는 코끼리는 느리게 발걸음을 옮기지만 그 족적은 클 것이다”는 만모한 싱 전 총리의 말이 깊이 와 닿는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
그러나 타지마할을 바라보는 인도인의 마음에는 미묘한 정서가 깔려 있다. 무굴제국은 16세기 전반부터 19세기 중반까지 인도 지역을 통치했다. ‘무굴’이라는 단어는 힌두어로 몽골을 지칭하는 단어다. 무굴제국은 토착 세력이 아니라 몽골에서 건너온 외부 침입자였다. 타지마할은 인도인들을 지배한 무굴제국의 건축물이며, 인도사람들이 믿는 힌두교와는 다른 이슬람교 사원인 것이다.
인도는 민족적, 문화적으로 이질적인 요소들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용광로와 같은 나라다. 13억 명의 인구, 카스트라는 계급문화, 뛰어난 수학적 능력 정도만 인도에 대해 알려진 일반적인 사실이다. 하지만 인도는 불과 100년 전만 해도 하이데라바드, 케랄라, 타밀, 벵골 등의 국가로 분리돼 있었을 정도로 서로 다른 민족들의 연합체다.
18년차 외교관인 손창호 외교부 외교전략기획관실 정세분석과장은 《인도 인사이트》에서 뉴델리 대사관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인도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를 개괄적으로 안내한다. 인도의 종교와 역사에 대한 이해로부터 출발해 인도의 과거와 오늘을 분석하고, 인도 경제를 전망한다.
인도는 식민지를 경험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와 닮았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일본에 반감을 가진 것처럼 영국에 적개심을 드러내는 경우가 드물다고 저자는 전한다. 인도는 영국 식민지 이전에도 이미 수백 년간 외래 왕국들에 의해 통치자가 변하는 역사가 계속돼왔고, 그 속에서 각 지역 민족의 고유문화가 존속돼왔다. 따라서 식민 지배를 통해 민족의 정체성 상실 같은 것은 경험하지 않았다는 것. 게다가 인도의 전통적 계급제도인 카스트는 무굴인이나 영국인이 지배를 강화하면 이를 또 하나의 카스트로 간주해 최상위층으로 삼았을 뿐이다.
저자는 2014년 총선을 통해 선출된 하층민 출신인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인도의 변화를 설명하는 가장 중요한 인물이라고 말한다. 마하트마 간디, 자와할랄 네루, 인디라 간디 등 과거 지도자들은 모두 상류층 신분이었다.
인도 국민들은 모디가 이전 지도자들처럼 ‘아랫것들에게 베푼다’는 식의 선심성 정책을 펴는 게 아니라 일반 국민과의 소통을 통해 유대감을 형성하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지도자가 되길 기대한다. 이는 서구식 평등주의와 대중 중심의 민주주의가 본격적으로 정착하기 시작하는 시점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인도라는 코끼리는 느리게 발걸음을 옮기지만 그 족적은 클 것이다”는 만모한 싱 전 총리의 말이 깊이 와 닿는다.
최종석 기자 ellisic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