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취향 저격’ 큐레이션에 지갑 여는 소비자들
명품 의류 대신 지팡이 매장
병원·체육관·여행사·문화센터 등
맞춤 시설로 바꾸자 방문객 '쑥'
죽음을 준비하는 강좌에도 북적
육아맘 쇼핑천국 라라포트
전통 공예품 주력 도큐플라자
타깃층 잡아 특화 매장으로 승부
땅값이 상대적으로 싼 교외에 대규모 복합시설을 짓던 일본 쇼핑몰이 도시로 들어오고 있다. 고령화로 교외 인구가 줄어든 탓이다. 일본 쇼핑몰들은 모든 소비자를 만족시키려 했던 과거의 매장 구성과 영업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 가사이점처럼 ‘핵심 고객’에 집중하는 전략으로 오프라인 유통시장의 침체를 극복하고 있다.
‘시니어 특화’로 성장하는 이온몰
니시카사이에 거주하는 야마다 유카리 씨(81). 최대 관심사가 건강인 그는 매일 아침 가사이점으로 ‘출근’한다. 카페에서 간단한 아침을 먹고 대부분 시간을 180m 길이의 실내 트랙이 있는 피트니스센터, 치과 등 의료시설, 안마소 물리치료실 등 준의료시설, 여행사, 문화센터, 건강식품 매장이 들어선 4층에서 보낸다.
문화센터인 ‘이온컬처클럽’에서는 관절염에 좋은 스트레칭, 젊어지는 체조, 바둑 등의 강좌가 운영된다. 야마다씨는 “하루에 5~6시간을 쇼핑몰에서 보내고 식품코너에 들러 음식을 조금씩 구입해 돌아오는 게 일상”이라고 말했다.
일본 최대 유통기업인 이온리테일은 주요 도시에서 ‘시니어 특화형’ 쇼핑몰을 늘리고 있다. 리뉴얼을 거쳐 2015년 재개장한 가사이점을 포함해 도쿄 나고야 오사카 등에 13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2025년까지는 시니어 특화 쇼핑몰을 100개로 늘릴 계획이다. 회사 측에 따르면 대부분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시니어 특화전략을 선택한 이온몰은 지난해 매출이 11% 증가했다.
육아맘을 겨냥한 라라포트
시니어에 특화된 쇼핑몰 외에 아이를 키우는 ‘육아맘’에 초점을 맞춘 쇼핑몰인 라라포트도 인기를 끌고 있다. 라라포트는 자녀를 둔 젊은 부부의 유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 신도시 등을 중심으로 육아맘에 특화된 전문 매장을 지속적으로 늘려 나가고 있다.
오사카의 이즈미시(市)에 있는 라라포트 매장엔 젊은 엄마들이 선호하는 H&M, 자라, 유니클로 등 패션 브랜드와 육아와 관련된 아카짱 혼포, 코단샤 어린이 교실, 플라잉 타이거, 토마스 스테이션 등의 브랜드가 몰려 있다.
젊은 엄마가 편하게 쇼핑할 수 있도록 돕는 시설도 갖췄다. 주차장까지 제품을 운반해주는 ‘포터 서비스’는 유모차를 끌고 온 엄마들에게 특히 인기다. 유모차가 들어가는 큰 화장실과 수유실, 넓은 기저귀 교환 공간뿐 아니라 아이 키에 맞춰 조절되는 의자 등에서도 엄마와 아이를 위한 세심함을 엿볼 수 있다.
신규 수요 창출하는 긴자
수십 개의 쇼핑몰이 경쟁하는 도쿄 긴자에서도 백화점식이 아니라 특화된 쇼핑몰이 각광받고 있다.
지난해 4월 문을 연 긴자식스는 세계적인 명품을 대거 유치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4만6200㎡ 규모의 매장 1~5층에는 ‘디올’ ‘펜디’ ‘셀린느’ ‘발렌티노’ ‘반 클리프 앤 아펠’ 등 명품 브랜드가 가득하다. 펜디와 디올 매장은 세계 최대 규모다. 긴자식스에 사람들이 몰리면서 주변 땅값은 지난해 전년보다 25.9%, 올해 들어선 16.9% 상승했다.
2016년 문을 연 도큐플라자는 일본 전통 공예제품과 리빙제품으로 특화한 쇼핑몰로 유명하다. 2개 층에 들어선 일본 전통 콘텐츠 특화존엔 패션 잡화 소품 리빙 수공예 제품 등 ‘일본스러운’ 기념품을 사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인다. 후루야 마사히로 일본쇼핑센터협회 전무는 “상대적으로 작은 공간의 매장에서 높은 매출을 내야 하는 도심형 쇼핑몰들이 특화 전략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고 있다”고 말했다.
도쿄=이유정 기자 yj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