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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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인 원유로 손꼽히는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3일(현지시간) 장중 배럴당 75달러를 돌파했다. 원유공급 차질 우려로 국제유가의 상승 기조가 꺾이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국제유가가 단기적으로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있지만 하반기로 갈수록 하향 안정화되는 흐름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했다.

간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8월 인도분 WTI는 전날보다 배럴당 0.27%(0.20달러) 오른 74.14달러에 거래를 마감했다. 이날 장중 한때는 75달러를 웃돌아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리비아 내전 등으로 인한 원유 공급부족 우려가 장중 유가를 끌어올렸다. 이달 초 리비아 국립 석유공사(NOC)가 즈웨티나(Zueitina)와 하리가(Hariga) 항만을 통한 원유 수출 불이행을 선언하면서 투자심리가 경색된 탓이다.

안예하 키움증권 연구원은 "리비아와 캐나다의 공급 차질 이슈로 인한 공급 부족 우려가 반영되면서 WTI가 장중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면서도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생산량이 더 확대될 수 있다는 관측이 국제유가 상승을 제한하며 WTI는 배럴당 73달러 선으로 내려와 장을 마감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공급 우려가 반영되면서 국제유가의 강세 기조가 연장됐다고 분석했다.

임재균 KB증권 연구원은 "현재 국제유가는 단기 과열 국면"이라며 "베네수엘라 생산 차질 문제는 이미 알고 있는 사안이고 이란 제재에 따른 공급 부족 문제도 시장에 반영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진단했다. 그는 "캐나다 샌드오일 생산 차질처럼 예상치 못한 공급 부족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추가적인 공급 문제 발생 가능성은 제한적"이라고 선을 그었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 역시 "베네수엘라 등에서 생산시설 문제로 예상 밖의 감산이 이뤄진 점을 고려하면 8~9월까지 국제 유가가 더 오를 수는 있다"면서도 "WTI가 배럴당 80달러를 넘을 가능성은 낮고 연말로 갈 수록 하향 안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으로 구성된 이른바 'OPEC플러스' 중심의 산유국 증산이 올 하반기 이뤄지면서 추가적인 유가 상승을 제한할 것이란 전망이다.

황병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당장은 OPEC플러스의 증산 여력을 둘러싼 회의론이 우세해 유가 강세가 연장되는 모습"이라면서도 "'감산을 통한 유가 방어'에서 '증산을 통한 과열 방지’로 전환된 OPEC플러스 공급 정책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배럴당 70달러 이상 유가에서는 중국, 인도 등 소비국들의 수요 둔화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 향후 12개월 WTI 가격 전망치를 55~75달러 수준으로 제시했다.

이날도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가 국제 원유 시장의 안정을 위해 산유량을 늘릴 예정이라고 밝힌 점이 유가의 추가 상승을 막았다. 사우디 내각은 이날 살만 국왕이 주재하는 회의를 연 뒤 낸 보도자료에서 “사우디는 원유 수급 상황 변화에 대응하는 데 필요하다면 유휴 산유 시설을 기꺼이 가동하겠다”고 전했다.

다만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미국 트럼프 행정부의 대이란 제재 압력이 국제유가 오름세를 부추길 전망이라며 올 하반기 유가 전망을 상향 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CNBC에 따르면 모건스탠리는 "예상보다 강경한 미국의 대이란 제재 방침으로 이란의 생산량이 하루 110만 배럴 줄어들 전망"이라며 하반기 평균 브렌트유 전망치를 배럴당 85달러로 종전 대비 7.5달러 상향 조정했다.
자료=NH투자증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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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정민 한경닷컴 기자 bloom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