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용비리 혐의를 벗은 김정태 하나금융 회장(사진 왼쪽)과 윤종규 KB금융 회장(오른쪽)의 글로벌 행보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달 중순 검찰이 은행권 채용비리 관련 기소자 명단을 발표하기 전까지 얼어붙었던 이들 발목의 족쇄가 풀리면서 하나금융과 KB금융의 해외 진출이 하반기부터 빠르게 전개될 전망이다.

'족쇄' 풀린 김정태·윤종규, 글로벌 행보 본격 시동
김 회장은 중국 지린성에서 열리는 경제포럼에 참석하기 위해 3일 출국했다. 남북한 정상회담을 계기로 남북 간 평화모드가 조성된 만큼 북한 접경지역 및 북한에서 금융의 역할을 모색하기 위해서다.

하나금융은 오래전부터 북한 접경지역에 꾸준하게 공을 들여왔다. KEB하나은행은 중국 내 북한 접경지역인 동북3성(랴오닝성, 지린성, 헤이룽장성)에 모두 분행을 둔 유일한 국내 은행이다.

KEB하나은행은 중국 지린은행 지분 16.98%를 비롯해 중민국제융자리스와 북경랑자자산관리유한공사에 각각 지분 25%를 보유하고 있다. 이 은행은 지난 5월 중국 공상은행(ICBC)과 1 대 1로 사업 협력을 골자로 한 양해각서(MOU)를 맺기도 했다.

김 회장은 오는 17일에는 중국 베이징 출장길에 오른다. 다음달엔 해외 기업설명회(IR)와 평양에서 열리는 국제유소년축구대회에도 참석할 예정이다. 하나금융에선 김 회장이 역점을 두고 있는 글로벌로열네트워크(GLN)사업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카드사 등 금융회사에 갖고 있는 포인트나 마일리지를 외국에서도 쓸 수 있도록 블록체인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윤 회장 역시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윤 회장은 지난 2일부터 오는 6일까지 홍콩 및 싱가포르에서 IR을 진행한다. 이번 IR에서는 해외 투자자 모집을 비롯해 새로운 해외 시장 개척, 윤 회장이 추진 중인 자체 앱(응용프로그램) 서비스인 ‘리브’ 플랫폼의 수출 확대 등이 논의될 전망이다. KB금융은 동남아 시장을 타깃으로 한 플랫폼 수출 확대를 핵심 사업으로 정하고 2016년 캄보디아에서 ‘리브 KB 캄보디아’를 선보였다.

윤 회장은 이외에도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미얀마 베트남 등 동남아 국가를 대상으로 한 다양한 형태의 사업 확장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B금융 관계자는 “상반기 위축돼 있던 윤 회장의 해외 방문이 하반기부터는 보다 활발해질 전망”이라며 “KB금융 차원에서도 최근 국민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은행 지분 인수 등과 같은 성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순신/윤희은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