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열리는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에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 안건이 상정된다. 회계 전문심의기구인 감리위원회까지 합쳐 일곱 번째 심의를 하고 있지만, 새로운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대한 쟁점이 부각되면서 최종 제재 수위를 확정하기까지는 몇 차례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 당초 신속한 처리를 약속했던 금융당국이 오히려 시장에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삼바 심의만 벌써 일곱번째… 불확실성 키우는 금융당국
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4일 증선위에선 금융감독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 감리조치 수정안을 보고할 예정이다. 증선위가 금감원의 기존 조치안을 보완하라고 요청한 데 따른 것이다. 금감원은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해 대규모 순이익을 낸 것이 ‘고의적 분식’이라는 기존 조치안에다 2012~2014년 회계처리 적정성에 대한 판단을 추가해 수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금감원은 수정안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함께 설립한 미국 합작파트너 바이오젠과의 주주약정에 따라 공동지배로 볼 부분이 있기 때문에 2012년부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종속회사가 아니라 관계회사로 인식했어야 한다고 지적할 것이라는 게 회계업계 관측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2년부터 관계사로 처리되면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상장을 추진한 2016년에는 자본잠식 등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요건(자기자본 2000억원)에 미달하는 만큼 이를 감추기 위해 2015년 회계처리를 바꿨다는 논리를 추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금감원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 수정안을 통지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4일 증선위가 당초 계획대로 금감원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모두 출석하는 대심제로 진행되더라도 수정안을 논의하긴 어렵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금감원의 수정안이 증선위에 보고되기는 하지만 사전에 회사 측에 통보되지 않았기 때문에 기존 원안에 대한 질의응답이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선위가 두 차례가량 더 진행돼야 삼성바이오로직스 제재 수위를 확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감리위 세 번에 증선위 여섯 번 이상을 합쳐 아홉 번 이상 심의를 거치는 초유의 기록을 세우게 된다.

지난 5월1일 금감원이 삼성바이오로직스에 대한 사전 조치안을 통보한 뒤 두 달여간 금융당국 심의가 거듭되는 사이 바이오주들의 주가는 출렁이고 기업공개(IPO) 시장도 차질을 빚는 등 자본시장 곳곳으로 불똥이 튀고 있다.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금융당국이 소송을 의식해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것이 오히려 기업엔 부담을 주고 시장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하수정 기자 agatha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