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은행들이 아이돌에 푹 빠졌다. 인기 아이돌을 모델로 내세운 금융상품 출시 경쟁에 불이 붙은 모양새다. 젊고 활기찬 아이돌을 통해 무겁고 보수적인 기존의 이미지에서 탈피하고, 아이돌 팬 유입 등의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에서다.
아이돌에 푹 빠진 시중은행… 젊은층 고객 확보, 수익원 발굴 전력투구
국민은행은 지난달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BTS)과 컬래버레이션한 ‘KB×BTS적금’과 ‘KB국민 BTS체크카드’를 출시했다. KB×BTS적금은 첫 회 1만원 이상 매달 100만원 이하 금액을 자유롭게 저축할 수 있는 1년 만기 자유적금이다. 적금에 가입하면 모바일 금융 앱(응용프로그램) ‘KB스타뱅킹’을 통해 매월 방탄소년단이 보내는 메시지를 확인할 수 있다. 방탄소년단 데뷔일과 멤버들 생일에 입금한 금액에는 만기까지 연 0.1%포인트의 우대이율을 준다. 이를 포함해 첫 거래, 자동이체 등 모든 우대이율을 적용하면 최고 금리는 연 2.3%까지 올라간다고 국민은행은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국민은행이 방탄소년단 효과 덕분에 높은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관측을 내놓고 있다. 이미 방탄소년단 팬카페에서는 출시하는 날에 맞춰 BTS적금에 가입하고 체크카드도 신청했다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아이돌을 모델로 내세운 것은 국민은행만이 아니다. 기업은행은 올해 시중은행으로서는 처음으로 아이돌 금융상품을 내놨다. 지난 2월 말 기업은행은 아이돌그룹 빅뱅의 멤버 지드래곤(GD)이 직접 디자인한 ‘GD체크카드’를 출시했다. 당시 사전예약자에게 주는 ‘GD 특별한정 패키지’를 받으려는 젊은 고객들이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사 앞에서 긴 줄을 서기도 했다. 10만 계좌 한정으로 출시된 이 카드는 출시 이후 9만 장 넘게 발급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아이돌그룹 워너원이 모델로 나선 신한은행도 아이돌 효과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신한은행이 지난 3월 말 출시한 워너원 컬래버레이션 ‘쏠딥드림(SOL Deep Dream)’ 체크카드는 사전예약만 5만 계좌를 돌파했다. 이어 출시 한 달 만에 8만 계좌 가까이 발급됐으며 지난달 10만 계좌를 돌파했다.

이 카드의 인기에는 사전 예약 고객 중 추첨을 통해 워너원 멤버 사진이 담긴 메탈카드를 증정하는 이벤트가 한몫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쏠딥드림 체크카드는 트렌드에 민감한 2030세대 고객을 겨냥해 출시한 것”이라며 “실제 실적도 매우 괜찮다”고 말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회사는 신뢰를 줘야 한다는 이미지 때문에 예전에는 보통 무게감을 주는 모델과 계약해야 한다는 암묵적인 룰이 있었지만, 최근 여러 시중은행에서 아이돌을 모델로 쓰면서 이런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며 “고객 확보와 또 다른 수익원을 발굴하기 위한 노력 아니겠냐”고 말했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