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룡 대구은행장 내정자(사진)가 취임도 하지 않고 돌연 사퇴했다. DGB금융 안팎에선 김태오 회장 취임 이후 인적 쇄신 요구가 높아지자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측근으로 알려진 김 내정자가 사퇴한 것으로 보고 있다.

대구은행장 내정자 취임도 못하고 돌연사퇴, 왜?
대구은행은 2일 김 내정자가 자진사퇴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김 내정자는 보도자료를 통해 “대구은행의 실추된 신뢰 회복과 새로운 미래를 위해, 전 임직원의 역량 결집을 위해 자진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혔다. 그는 “김 회장의 지휘하에 DGB금융그룹은 모범적 지배구조 구축을 모색하고 있으며 일련의 사건을 잘 마무리해 신뢰를 회복할 것으로 믿는다”며 “조직의 미래를 위해 임직원 모두가 마음을 모아 최우선으로 조직 안정을 도모하자”고 덧붙였다.

김 내정자는 행장 공모 때부터 노조 등과 마찰을 빚어왔다. 김 내정자가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조사를 받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는 경북 경산시 금고를 유치하면서 담당 공무원 아들을 부정 채용했다는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에 따라 지난달 4일로 예정됐던 은행장 취임도 검찰 조사 이후로 연기됐다. 검찰은 지난달 20일 김 내정자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지만, 행장 선임을 위한 대구은행의 임시주주총회는 계속 미뤄졌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채용비리 혐의로 검찰 조사까지 받은 김 내정자가 행장을 맡으면 그룹이 추진하고 있는 하이투자증권 인수 등이 어렵다는 의견이 그룹 내에 팽배했다”며 “비리 혐의로 구속된 박 전 회장과 대구상고, 영남대 동문으로 승승장구한 김 내정자가 차기 은행장이 되는 데 노조 등 구성원들의 반대가 심했다”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이 김 내정자에게 조직을 위할 것인지 개인을 위할 것인지 잘 생각해보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김 내정자의 사퇴로 DGB금융그룹의 인적 쇄신에는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DGB금융 임원 30명 전원은 지난달 12일 김 신임 회장 취임 후 조직개편에 필요한 동력 확보 차원에서 일괄 사표를 제출했다.

대구은행은 당분간 박명흠 행장대행 체제를 유지할 계획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일괄 사표를 제출한 그룹 임원에 대한 대폭적인 인사가 4일께 이뤄질 것”이라며 “인사 이후 임원추천위원회 개최 등 차기 대구은행장 선임을 위한 일정이 정해질 것”이라고 전했다.

대구=오경묵/김순신 기자 okmoo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