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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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6일로 예정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방북을 앞두고 북한과 미국 간에 비핵화 방법론에 대한 '간보기용' 샅바싸움이 치열하다.

특히 지난 1일 판문점 북미 실무회담에서 폼페이오 장관의 서한이 북한 측에 전달된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미국 측에서 강경 메시지가 나와 주목된다.

비핵화 방법론을 둘러싸고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 내의 대북 초강경파라고 할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1년이라는 시한을 설정하면서 압박한 것이다.

북한은 이와 관련해 구체적으로 대응하지 않았으나, 북한의 입장을 대변해온 재일본 조선인총연합회(조선총련) 기관지 조선신보는 며칠 전 북한의 기존의 동시행동론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볼턴 보좌관이 북미정상회담을 포함한 북미대화에서 발언권이 그다지 크지 않은 '주변' 인물이라는 점에서 무게감이 그다지 크지는 않지만,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계기로 북미 후속협상이 본격화할 즈음에 강경 주장을 내놓아 북한이 부담을 느낄 만하다.

북측에 건넨 폼페이오 장관의 서한에도 볼턴 보좌관의 주장과 같은 내용이 담겼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굿 캅(좋은 경찰)' 역할을 맡았다면 볼턴 보좌관은 '배드 캅(나쁜 경찰)' 역을 하고 있음이 분명해 보인다.

정부 소식통은 2일 폼페이오 장관이 제시한 '1년'에 대해 "핵무기와 핵물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북한 핵무력의 핵심을 폐기하는데 그 정도의 시간이면 가능하다고 보는 시각이 미국 내부에 있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즉 완전한 비핵화에는 훨씬 더 많은 시간이 걸리지만 미국 본토를 북핵 위협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수준의 비핵화 조처를 하는 것은 1년이면 가능하다는 게 미국의 인식일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은 직접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있지만, 자신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매체를 통해 '무장해제'식의 일방적인 비핵화는 없을 것을 밝히며 북미가 '동시 행동'을 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선신보는 지난달 29일 북미정상회담 이후 북한의 외교적 과제는 '핵무기 없는 세계 건설'이라며 "조선이 세계최대의 핵보유국인 미국과 동시행동을 취하며 조선반도 비핵화를 추진해 나갈 때 그것은 세계적인 파급력을 가진다"고 썼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미국의 핵무기가 다 폐기될 때 자국(북한) 핵무기도 폐기될 것이라는 '핵군축 협상' 논리"라고 평가했고,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수석 연구위원은 "전통적 핵군축 주장이라기보다는 비핵화 중간단계에서 제재완화 등 미국 측 보상 조치가 있어야 함을 강조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선신보는 또 지난달 22일 북한에 대한 '일방적' 핵 폐기 요구는 통하지 않으며, 북미관계의 근본적 개선이 '관건'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북미관계 정상화 및 체제안전보장 관련 조치가 수반돼야 비핵화 조치에 나설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비핵화를 위한 미국의 행동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외교가에선 이를 두고 북미가 치열한 샅바싸움을 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가능하면 시한을 설정해 이른 시일 내 비핵화를 추구하는 미국과, '행동 대 행동'에 기반을 둔 단계적 비핵화 프로세스와 함께 그에 따른 미국 측의 상응 조치를 바라는 북한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재개된 북미 판문점 실무회담에서도 양측이 서로 다른 입장을 내세우며 맞섰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따라서 조만간 이뤄질 폼페이오 장관 방북을 통한 북미 후속협상 성패도 비핵화 이견을 어떻게 조율할지에 달렸을 것으로 보인다.

관측통들은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계기에 북미정상 합의 사항의 하나인 미군 유해 송환과 함께 비핵화 전 과정을 담은 일괄 타결안을 마련하는 것이 '최선'의 시나리오일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괄타결안이 어렵다면 북한 미사일 엔진 실험장 폐기, 핵시설 가동중단 등 초기단계 비핵화 조치와 북미연락사무소 개설 등 상응조치를 담은 합의를 하는 수준이 '차선'일 것으로 점치고 있다.

그러나 한미가 8월로 예정됐던 을지프리덤가디언(UFG) 훈련 등을 유예하기로 하며 중요한 선제 조처를 한 상황에서 만약 비핵화와 관련한 구체적인 합의 없이 미군 유해송환 측면에서만 성과가 나올 경우 비핵화 협상 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제기될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