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폼페이오 속도조절론과 온도차…강온병행? 엇박자?
'디테일의 악마' 사찰·검증 난관 예고…北 리스트 제출이 1차 시험대
"1년내 해체" 비핵화 시간표 꺼내든 볼턴… 시간끄는 北 압박?
존 볼턴 미국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이 1일(현지시간) '핵과 생화학 무기를 포함한 대량파괴무기(WMD)+탄도미사일 1년 내 해체'라는 시간표를 내밀었다.

판문점 실무회담 라인이 재가동되고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6일께 재방북할 것으로 알려진 시점에서 '슈퍼 매파'인 볼턴 보좌관이 재등판해 비핵화 시한을 명시하고 나온 것은 예사롭지 않다.

무엇보다도 앞으로 있을 비핵화 후속협상을 앞두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두려는 기선잡기 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6·12 정상회담에서 '완전한 비핵화'에 합의하도록 속도감있는 후속조치에 나서지 않고 있는 북한을 압박하려는 포석도 깔려있다.

특히 북한이 핵탄두와 주요 비밀 핵시설을 은폐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미국 정보당국의 경계감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북한이 비핵화 초기 조치를 조속히 이행하고 핵탄두·물질·시설 등의 리스트를 신고·제출하도록 미리 쐐기를 박으려는 차원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볼턴 보좌관의 이런 메시지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의 속도 조절 기류와는 확연히 온도 차가 있는 것이어서 '당근과 채찍'으로 대변되는 강온병행 전략의 일환인지, 아니면 정책적 엇박자가 재연되는 것인지를 놓고 해석이 분분하다.

볼턴 보좌관은 이날 미국 CBS 방송 인터뷰에서 미국 측이 핵 및 생화학 무기, 미사일 등을 1년 내 해체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했으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이러한 '대량살상무기(WMD) 및 탄도미사일 1년 내 해체' 방안에 대해 조만간 북측과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1년 내 해체'라는 시한을 채우려면 생화학, 핵 프로그램, 탄도미사일 시험장 등의 '리스트'를 북한이 전면 공개하고 협조적으로 나와야 한다는 것을 분명한 전제로 삼았다.

볼턴 보좌관의 이날 발언을 두고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 시 '1년 내 해체' 시한 제시와 함께 비핵화 초기 조치로 북한의 일부 핵·미사일 반출을 염두에 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북미정상회담 국면에서 한때 '로우키'를 유지했던 볼턴 보좌관이 지난달 20일 "길게 늘어지고 지연되는 회담은 미래에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빨리 움직이고 싶다"며 약 한 달 만에 '입'을 연 데 이어 이날도 또다시 1년을 시한으로 둔 '신속한 비핵화'를 강조하고 나온 것이다.

이는 폼페이오 장관이 북미정상회담 직후 언급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2021년초) 내 주요 비핵화 조치 달성' 시간표보다도 크게 앞당겨진 것이다.

더욱이 폼페이오 장관은 최근 비핵화 협상에 있어 구체적 시간표를 설정하지 않겠다며 속도조절에 나섰고,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을 조리에 오랜 시간과 정성을 들여야 하는 '칠면조 구이'에 빗대어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다.

실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핵 은폐론에도 불구, 이날 폭스뉴스 인터뉴에서 북한이 비핵화 협상과 관련, 핵 시설 리스트 신고 등에 매우 진지한 태도를 갖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우리가 (북한에) 주려고 하는 것은 미래에 일어날 좋은 일들"이라며 '당근'에 방점을 뒀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비핵화 합의에 대해) 진심이라고 믿는다는 점도 재확인했다.

이 역시 '북한이 무얼 하는지 파악하기 위해 모든 역량을 가동하고 있다.

', '북한의 과거 시간벌기용 행동 패턴을 잘 알고 있다'며 북한 측에 의구심을 제기한 볼턴 보좌관과 간극이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렇게 볼 때 볼턴 보좌관의 말대로 폼페이오 장관이 이번 주 방북 시 북측 인사들에게 '1년 내 해체' 시간표를 제시할지는 장담하기 힘들다는 관측이 많다.

다만 후속협상의 총괄책임을 맡은 폼페이오 장관과 '악역'을 자처한 볼턴 보좌관이 강온 양면 전술로 북한으로부터 최대치를 끌어내기 위해 역할분담을 하고 있을 개연성이 있다.

특히 미 국방정보국(DIA)이 북미정상회담 후 새로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에 나서는 대신 핵탄두 및 관련 장비·시설 은폐를 추구하고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최근 펴냈다는 외신 보도가 나오고 미국 조야 내에서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하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로서도 보다 분명한 메시지를 북한에 보낼 필요성이 있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볼턴 보좌관의 비핵화 시간표 제시로 북미간 후속협상의 긴장도가 높아지게 됐다.

북한이 이번 후속협상에서 핵 시설·물질과 관련해 어떠한 '신고 리스트'를 내놓느냐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진정성 여부를 판가름하는 1차 관문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후 사찰·검증 등을 둘러싸고 '디테일의 악마'로 표현되는 팽팽한 힘겨루기가 예고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