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m 높이 '런던 아이'… 어! 여수 '빅오' 닮았네
영국 런던을 여행하기 위해서는 시시때때로 변하는 날씨에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 비가 쏟아지다가도 갑자기 구름 사이로 해를 내려보내 주는 도시. 이곳 런던의 변덕스러운 날씨를 담담하게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여행은 시작된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지하철 튜브와 빨간 이층 버스를 이용하면 런던 시내 곳곳을 빈틈없이 활보할 수 있다. 그곳에서 과거 대영제국의 영광과 그을음으로 뒤덮였던 산업혁명 시대의 강력한 에너지를 떠올리게 하는 흔적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압도적인 건축물들 앞으로 많은 사람들이 몰려들고 떠들썩하게 요동치는 거리에서 길을 잃은 듯한 느낌을 받기 쉽다. 하지만 한편으로 예기치 못한 평온한 지점들과 마주하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균형감 속에서 여행은 여행자들의 마음을 더 풍요롭게 한다.

런던=글·사진 이상현 부사무장 shlee135c@flyasiana.com
관람용 건축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런던 아이’.
관람용 건축물로 세계에서 가장 높은 ‘런던 아이’.
템스 강변을 따라 펼쳐지는 런던의 상징적 건물들

공식 명칭이 엘리자베스 타워인 ‘빅 벤’.
공식 명칭이 엘리자베스 타워인 ‘빅 벤’.
템스강을 품고 있는 런던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풍경은 바로 이 강을 사이에 두고 번갈아 가며 둘러볼 수 있는 런던의 명소들이다. 첫 번째로 런던의 상징적 건물인 빅 벤(Big Ben)을 찾아 웨스트민스터(Westminster)역에서 내리면, 지상에 올라온 순간 마치 자석에 끌리기라도 하듯 거대한 건축물을 향해 몸이 절로 움직일 것이다. 2012년 엘리자베스 2세의 즉위 60주년을 기념해 빅 벤은 ‘엘리자베스 타워’라는 공식 명칭을 갖게 됐다. 하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시계탑의 4면에 ‘세계에서 가장 큰 자명종 시계’가 달려 있는 이 건물을 ‘빅 벤’이라고 부른다.

템스 강변을 따라 빅 벤 옆으로 웨스트민스터 궁전이 화려한 자태를 드러낸다. 세계 최초로 의회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영국의 상징적 건물인 이 건물을 두고 사람들은 ‘웨스트민스터’라는 애칭으로 부른다. 우아하면서도 기품 있는 모습을 한 이 고딕 양식의 건물을 모두 눈에 담으려면 다리를 건너야 한다.

그때 다리 너머로 런던 아이(London Eye)가 템스강 주변을 또 다른 분위기로 연출한다. 높이 135m의 거대한 런던 아이는 순수 관람용 건축물로는 세계에서 가장 높다.
런던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타워 브리지’.
런던 여행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타워 브리지’.
새천년을 기념해 1999년에 건축한 런던 아이는 32개의 관람용 캡슐이 설치돼 있고 바퀴가 회전하면서 약 30분 동안 런던 시내를 다양한 방면에서 관람할 수 있다. ‘런던 여행의 하이라이트’라고도 할 수 있는 타워 브리지(Tower Bridge)가 저 멀리 눈에 들어온다. 뾰족한 모양으로 양옆으로 솟은 거대한 탑은 설계 당시 런던탑과의 조화를 고려해 고딕 양식으로 지어졌다고 한다.

템스강 조수 간만의 차이를 극복, 배가 원활하게 다닐 수 있게 하려고 세운 이 다리는 대형 선박이 지나갈 때면 양쪽이 서서히 들리기 시작해 거의 90도 가까이 세워진다. 이 모습은 런던을 찾는 많은 여행자들이 보고 싶어 하는 풍경이기도 하다.

낭만에 대하여, 밀레니엄 브리지

쇼디치 지역의 그라피티.
쇼디치 지역의 그라피티.
템스강을 사이에 두고 양쪽으로 빅 벤, 런던 아이와 타워 브리지가 있다면 그 중심에 세인트 폴 대성당(St Paul’s Cathedral)과 테이트 모던(Tate Modern)이 있다. 고상한 분위기의 둥근 돔은 로마 성 베드로 성당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크다. 올려다보는 것만으로도 성스러운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 성당은 1965년 윈스터 처칠의 장례식과 1981년 찰스 왕세자와 다이애나 왕세자빈의 결혼식이 거행된 장소로 유명하다. 이 성당 건너편에는 오랫동안 방치돼 있던 발전소를 개조한 테이트 모던 현대미술관이 자리하고 있다. 랜드마크인 굴뚝이 눈에 띄는 투박한 외형이 그대로 보존돼 있는 것과는 달리 내부는 완전히 개조해 색다른 분위기다. 템스강을 사이에 둔 이 두 건축물의 탄생 배경이나 건물 용도는 다르지만 여행자들에게는 이 장소들이 하나의 기억으로 엮어지곤 한다. 바로 이 두 명소를 이어주는 밀레니엄 브리지(Millennium Bridge)가 그 이유다. 마치 사랑의 오작교와 같은 역할을 하는 이 다리는 런던에 대한 인상을 한층 더 낭만적으로 만든다. 밀레니엄을 기념해 설계된 이 다리는 어쩌면 아름다움을 극대화하기 위한 마법인 듯하다. 이 다리를 건널 때면 모두들 사랑에 빠진 기분으로 반대편 건물을 향해 가슴 뛰는 발걸음을 내디디니 말이다.
발전소를 개조해 만든 테이트모던 현대미술관.
발전소를 개조해 만든 테이트모던 현대미술관.
정원의 천국, 런던의 공원

영국에는 공원이 참 많다. 현지인에게 ‘런던에서 꼭 가볼 만한 곳’을 추천받으면 항상 공원이 함께한다. 나름대로 그 이유를 찾기 위해 하이드 파크(Hyde Park)로 향했다. 영국의 공원은 왕실의 사적인 공원을 일반 시민에게 개방하면서 만들어졌다. 그 대표적인 예가 하이드 파크다. 공원의 발상지인 이곳 영국에서, 게다가 80개가 넘는 공원을 보유하고 있는 런던에서 가장 크고 유명한 도심 공원인 하이드 파크는 면적이 약 160만㎡에 이른다.
하이드파크 호숫가 주변의 오리와 백조.
하이드파크 호숫가 주변의 오리와 백조.
켄싱턴(Kensington) 궁이 있는 이곳 하이드 파크는 잔디밭이 끝없이 펼쳐져 공원의 자연미와 광활함을 느낄 수 있다. 게다가 아름다운 연못과 공원을 에워싼 수목들이 조화를 이루고 있어 도시 한복판에 있다는 것을 잊어버릴 정도다. 공원 호수에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오리와 백조 등 다양한 동물들이 모여든다. 아무렇지도 않게 사람에게 다가서는 백조의 모습에 놀라지 말자. 한 폭의 그림과도 같은 이곳의 풍경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휴식 그 자체다.

젊은 런더너들은 지금 여기로, 쇼디치

런던에서 가장 트렌디하고 역동적인 예술활동이 펼쳐지는 쇼디치(Shoreditch)는 동네 전체가 야외 갤러리 같다. 16세기 말 런던 중심지와 가까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무역업자, 공장주 등 부유층이 거주했던 쇼디치는 17세기에 들어서며 런던의 대표적인 빈민가로 전락했다. 이로 인해 값싼 임차료를 찾던 젊은 예술가와 디자이너 등이 1980년대 말부터 유입돼 지금은 런던의 대표적인 문화 예술지역으로 탈바꿈했다.

쇼디치의 벽돌 외벽에 그려진 대형 고슴도치, 자동차, 인물 등 다양한 그라피티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결코 평범한 건물 하나 없이 골목 사이사이 빼곡하게 그라피티가 채워져 있다. 어쩌면 도시 미관을 해치는 낙서 정도로 생각할 수 있지만 쇼디치가 그라피티로 입소문을 타면서 거리 곳곳이 활기차지고, 여행자들이 늘어나면서 경제적 효과까지 얻을 수 있었다. 쇼디치는 그라피티 외에도 감탄스러운 음식점들, 수많은 팝업 이벤트와 전시 그리고 멋스러운 호텔까지 있어 문화적 명소로 손색이 없다. 쇼디치에 간다면 아마 이곳의 매력에 흠뻑 빠져 오랜 시간 머물며 이 공간을 찬양하게 될 것이다.

런던아이 관람용 캡슐.
런던아이 관람용 캡슐.
왕실의 기품이 느껴지는 우아한 곡선 형태의 리젠트 스트리트를 걷고 있으면 이 쇼핑 거리에서 무언가를 꼭 사지 않아도 가슴이 벅차 오른다. 육중한 분위기의 담백한 회색 포틀랜드 돌로 지은 건물이 길게 이어진 광경을 그저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압도된다. 그러다 잠시 카나비 거리로 들어서면 새로운 분위기가 펼쳐진다. 이 뒷골목에서 런더너들의 점심과 저녁시간이 흘러간다. 그리고 오후 3시만 돼도 어두워지는 겨울이 되면 어느새 이 거리는 화려한 조명 장식들로 더욱 사치스러워진다. 맑은 날씨는 맑은 대로, 흐린 날씨는 흐린 대로 그저 운치 있는 이 도시는 가면 갈수록 새로운 분위기로 다가온다. 마치 도시 곳곳에 보석을 숨겨놓고 여행자들에게 발견하는 즐거움을 선사하는 듯하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