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바다 위에 얹힌 초록 언덕, '세상의 끝'이라 불리는 天國의 섬… 느릿느릿~ 시간의 사치를 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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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향기
조은영의 무브무브 (1) 세상에 이런 곳이 ! 필리핀 바타네스주, 바탄섬
조은영의 무브무브 (1) 세상에 이런 곳이 ! 필리핀 바타네스주, 바탄섬
세상의 끝, 바타네스
여행객은 마닐라에서 숙박까지 하며 오전 출발하는 바스코행 국내선을 타야 하니 추가로 드는 비용도, 시간과 에너지 소요도 감수해야 한다. 딱히 큰 볼거리가 있는 곳도 아니고 바타네스는 가성비가 떨어지는 여행지임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타네스를 가야 하는 이유가 있다면 그것이 무엇일까? 도대체 바타네스에 가는 사람들은 무슨 마음으로 가는 걸까?
체인 호텔에 익숙한 이들은 바스코 시내에 있는 민박 수준의 숙소들을 보고 실망할 수도 있다. 화려하고 웅장한 호텔은커녕 요즘 유행하는 작고 세련된 숙소들도 찾을 수가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오랫동안 그럴 것이다. 생각해 보면 세상에 모든 아름다운 곳엔 유명 체인 호텔이나 골프장, 관광 시설이 있기 마련인데, 단 하나도 없다는 것이 오히려 바탄섬의 매력이 됐다. 거대 자본이 비켜간 바스코 시내의 소박한 숙소들은 식당까지 겸하고 있어 이바탄 스타일의 음식들을 매끼 즐길 수 있다. 이런 바탄섬에 유일하다시피한 고급 호텔이 있다. 2004년 타계한 세계적인 아티스트, 파시타아바드의 집을 개조한 ‘펀다시온 파시타 바타네스 네이처 로지(Fundacion Pacita Batanes Nature Lodge)’다. 파시타아바드는 1946년 바스코에서 태어나 미국으로 유학을 떠났고, 다소 늦은 나이인 30세에 그림을 시작했다. 집시처럼 전 세계를 누비고 다니며 30년간 왕성한 작업을 펼쳤으며 4500여 점의 작품을 남겼고 세계 200여 개 갤러리와 박물관에서 전시했다. 한국에 두 번이나 왔었고 그의 작품은 과천 현대미술관에도 걸려 있다. 화려한 색상으로 생동감 있게 오리지널 이바탄의 에너지와 정체성을 표현했던 그는 2004년 고향인 바탄섬으로 돌아와 생을 마감했다. 그의 작품들로 가득 찬 박물관이자 그의 스튜디오였던 펀다시온 파시타 바타네스 네이처 로지는 270도의 전망을 자랑하는 바탄섬 최고의 호텔이며 신혼 여행지로도 손색없는 로맨틱한 곳이다. 방이 8개뿐이어서 예약이 쉽지 않고 2박 이상 머물러야 하는 규정도 있다. 그래도 바탄섬 여행을 사랑하는 이와 가겠다거나 이왕이면 최고의 숙소에 머물러보고 싶은 이들이라면 이 정도의 금액은 투자할 만하다. (1박 약 22만~42만원)
어디 자연이 아름다운 곳이 바타네스뿐일까? 하지만 바타네스의 자연이 특별한 것은 훼손되지 않은, 자본이 침범하지 않은 진짜 자연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바타네스를 가장 매력적이게 하는 큰 유산이다. 굽이굽이 끝없이 펼쳐진 초원, 언덕, 언덕 위에 한가로이 풀을 뜯는 소와 염소, 말,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여행지 중 요란하게 유명한 곳도 없는 이곳이 인간에게 평화로움을 준다는 아주 작고도 큰 이유만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고 있었다. 바탄섬의 시간이 흐르고 나면 또 다른 두 개의 섬 삽탕과 이바얏섬도 궁금해질 것이다.
한 권에 한 지역, 한 도시, 한 마을만 얘기하는 트래블 매거진 MOVE의 발행인이다. 책에서 못다 한 여행지의 깊은 이야기를 ‘여행의 향기’에서 풀어 놓는다.
바탄=글·사진 조은영 여행작가 movemagazine01@gmail.com
여행메모
인천에서 마닐라까지 4시간, 마닐라부터 바탄섬의 바스코공항까지는 오전에 출발하는 국내선 PAL이나 스카이젯트를 타야 한다. 상황에 따라 90분에서 두 시간 정도 걸린다. 바타네스는 필리핀이지만 열대 휴양지가 아니다. 평균기온 26도, 공식적이진 않지만 이곳에도 사계절이 존재한다고 현지인들은 말한다. 평균기온 22도, 저녁엔 10도까지 내려가는 12월부터 2월 사이, 이때를 현지인들은 겨울이라 부른다. 3월부터 5월은 점점 더워지고 6월부턴 습해진다. 8월엔 종종 태풍이 오기도 하지만, 이바탄들은 이를 크게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외지인에게 태풍 걱정 없이 여행하기 좋은 달을 굳이 꼽자면 12~5월 사이라 할 수 있다.
1페소는 20.38원(2018년 6월 현재), 바탄섬엔 환전할 수 있는 곳이 없으니 미리 페소로 환전하는 게 좋다. 대부분의 장소에서 카드는 받지 않는다.
아쉽게도 국내 여행사 중엔 바타네스 패키지를 운영하는 곳이 없다. 바타네스 공식사이트에 추천돼 있는 현지 여행사들에 직접 연락하는 것이 편리하다. batanes.gov.ph/who-to-contact-for-tour/에 인증된 여행사들을 참조하는 게 좋다. 투어 프로그램은 batanesirayatravel.com에 잘 나와 있다.
바탄섬의 최고급 숙소는 펀다시온파시타(fundacionpacita.ph)이고 기타 소박하고 깔끔한 숙소로는 트로이스 로지(Troy’s Lodge), 바타네스 시사이드 라운지(Batanes Seaside Lounge) 등이 있다. 아고다 등 예약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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