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1일 발표한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따라 경찰은 각종 조직과 권한을 분산하게 된다. 1차수사권·종결권 등을 확보한 만큼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장치를 마련하지 못할 경우 인권침해 등의 우려가 크기 때문이다. 다만 경찰 내부에서는 “실질적인 권한은 하나도 없는데 조직 힘만 빠지게 됐다”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신중한 경찰 "수사 실무 크게 달라질 것 없어"
일단 수사에 대한 권한을 가져온 경찰은 수사조직 개편에 박차를 가할 전망이다. 이날 합의한 조정안에는 국가수사본부(국수본)을 설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수사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자치경찰제와 함께 거대한 경찰력을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다.

경찰청은 이미 지난해 11월 경찰개혁위원회의 권고안을 바탕으로 국수본 도입안을 내놨다. 핵심은 수사경찰과 행정경찰의 분리다. 수사최고책임자인 국가수사본부장(차관급)은 외부 개방직으로 둔다. 현재 경찰청 본청 소속 특수수사과, 지능범죄수사대 등 직접 수사 부서는 폐지한 뒤 해당 인력은 지방청으로 이관한다.

각 지방청과 경찰서의 수사경찰은 국수본부장을 정점으로 한 수사지휘체계를 따른다. 이렇게 되면 경찰청장·지방청장·경찰서장 등 행정(일반)경찰은 구체적인 수사지휘를 할 수 없다. ‘하명 수사’ 등을 차단해 수사 독립성을 확보한다는 취지다.

자치경찰제는 거대한 국가경찰을 해체하는 핵심 방안이다. 각 지방자치단체장 아래 경찰 조직을 둬 중앙정부의 경찰력을 각 지방에 분산해 운영하는 것이다. 정부는 내년부터 서울 세종 제주에서 시범 시행할 계획이다. 대통령 직속 자치분권위원회가 전체 틀을 짜면 경찰이 이를 따른다. 다만 자치경찰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자치경찰위원회 설치계획, 생활안전·여성청소년·교통 등 비수사분야 인력 및 조직 이관에 대한 계획 등은 경찰이 마련해 위원회에 제출해야 한다.

자치분권위는 이미 지난 4월 로드맵을 발표했다. 올해 ‘자치경찰법’(가칭)을 마련하고 2020년까지 17개 시·도에서 자치경찰제를 전면 시행한다는 구상이었다.

정부는 ‘경찰 엘리트’를 양성하는 경찰대 개혁안도 주문했다. 경찰은 지난 15일 △경찰대 선발인원을 100명에서 50명으로 축소 △일반대학생·재직 경찰관 편입학 도입 △수사전문경찰 양성과정 개설 △경찰대학생 군복무제도 폐지 △학비 개인부담 도입 등 특혜 축소 및 폐지 방안을 마련했다.

일각에선 이 같은 방안에 대한 불만도 크다. 수사종결권 등이 실질적으로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경찰 조직 해체를 추진한다는 것이다. 조정안에 따르면 수사종결권을 가진 경찰이 불기소 처분해 사건을 송치하지 않더라도 관할 검찰청에 불송치결정문, 사건기록등본 등을 보내야 한다. 검사는 경찰의 불기소 결정이 부당하다고 판단할 경우 재수사를 요청할 수 있다. 한 경찰관은 “재수사나 보완수사에 불응하면 검찰이 경찰에 징계를 요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지휘관계가 유지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핵심인 영장청구권 독점이 해결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지휘관계를 유지한다는 시각도 있다. 경찰은 검찰이 영장 청구를 해주지 않을 경우 법원에 직접 이의를 제기할 수 있도록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한 경찰 관계자는 “고검 산하 영장심의위원회에 민간위원을 포함하더라도 결국 검찰에 소속된 조직 아니냐”며 “한 해 청구하는 영장만 수만 건인데 일일이 위원회를 열어 이의제기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