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재개 7개월에 공정률 34%…2023년 준공 목표로 공사 한창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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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1시 울산 울주군 서생면 신고리 원자력발전소 5·6호기 건설 현장.
철근과 콘크리트로 만든 원통 모양의 대형 구조물이 곳곳에 늘어선 크레인 사이로 모습을 드러냈다.

신고리 5호기의 원자로가 설치될 건물로 뼈대를 형성한 철근이 나뭇가지로 만든 새 둥지를 떠올리게 했다.

원자로건물 주변으로는 수십대의 굴삭기와 트럭이 분주히 움직였다.

원자로건물은 완성 시 지름 약 50m에 높이 약 80m로 기초 3단, 외벽 17단, 돔(dome) 9단 등 3단계로 쌓아올린다.

신고리 5호기는 작년 7월 기초 3단까지만 마친 상태에서 공사가 일시 중단됐다.

당시에는 지면 위로 드러난 모습이 거의 없었지만, 지금은 외벽 17단 중 9단까지 올렸다.

원전 하면 흔히 생각하는 둥근 지붕은 내년 상반기 서서히 모습을 드러낼 것이라고 새울원자력본부 박성훈 건설소장이 설명했다.

박 소장은 원전 안전에 대한 우려를 의식한 듯 "대형 항공기가 충돌해도 안전하도록 외벽 두께를 1.37m로 보강했다"며 "일본 후쿠시마 원전은 10cm다"라고 말했다.

박 소장은 신고리 5·6호기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일으킨 해일 침수에 대비해 밀폐형 방수문을 설치하고 수소 폭발을 방지하기 위한 수소제거 설비와 비상용 디젤발전기 등을 갖추도록 설계했다고 누차 강조했다.
지면 위로 올라온 국내 '마지막 원전' 신고리 5·6호기
신고리 5·6호기는 지난해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으로 죽다 살아났다.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건설 중단을 추진했다가 원자력 업계와 일부 지역 주민 등의 강한 반발에 부닥치자 건설 여부를 시민에게 묻는 공론조사로 결정하기로 했다.

이에 한수원 이사회는 2017년 7월 14일 공정이 28%까지 진행된 총 사업비 8조6천254억원의 공사를 일시 중단했다.

공론화위원회는 3개월의 치열한 숙의 기간을 거쳐 10월 20일 정부에 건설재개를 권고했다.

작년 10월 25일 자정에 다시 시작된 공사는 약 7개월 뒤인 현재 34% 완료됐다.

준공 시기는 2022년 3월(5호기)과 2023년 3월(6호기)로 5개월씩 미뤄졌다.

현 정부의 에너지 정책이 앞으로도 이어지면 신고리 5·6호기는 국내에 건설하는 마지막 원전이 된다.

정부는 신고리 5·6호기 이후 계획된 신규 원전 6기를 백지화했다.

신고리 5·6호기는 우리나라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3세대 가압경수로인 'APR1400' 원전이다.

기존 1천MW(메가와트)급 원전보다 40% 더 많은 전력을 생산할 수 있으며 설계수명을 20년, 내진성능은 5.6배 향상했다.
지면 위로 올라온 국내 '마지막 원전' 신고리 5·6호기
국내에서는 2016년 12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신고리 3호기부터 APR1400을 도입했다.

설계·시공 등의 문제가 발생한 미국과 프랑스의 3세대 원전보다 먼저 상업운전을 시작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에도 수출했다.

신고리 3호기는 현재 계획예방정비로 가동이 중단됐다.

현재 한수원이 운영하는 원전 총 24기 중 8기가 정비 등의 이유로 가동이 중단된 상태다.

신고리 3호기의 쌍둥이 원전인 신고리 4호기는 들어서자마자 새로 지은 건물 냄새를 물씬 풍겼다.

건설을 대부분 마친 신고리 4호기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인허가를 기다리느라 아직 연료를 장전하지 못했다.

자동차가 생산라인에서 나왔는데 기름을 넣지 못한 셈이다.

20년 치 사용후핵연료를 보관할 수 있는 저장조도 텅 비어있었다.

신고리 5·6호기부터는 60년 치를 보관할 수 있도록 저장조를 크게 설계했다.

사용후핵연료 저장시설 건설이 지연되면서 일부 원전 저장조가 가득 차는 문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한수원은 설명했다.
지면 위로 올라온 국내 '마지막 원전' 신고리 5·6호기
신고리 5·6호기 인근에는 고리 1호기가 해체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 원전 3기를 포함해 이 지역에만 원전 10기가 모여 있다.

환경단체 등이 한 장소에 여러 원전을 짓는 '다수 호기'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이유다.

고리 1호기는 40년 운영을 마치고 작년 6월 18일 영구정지됐다.

1년이 지난 지금 해체 작업이 한창일 것으로 생각했지만, 고리 1호기는 원래 모습 그대로다.

해체를 시작하기 전에 원자로에서 뺀 사용후핵연료를 5년간 물속에서 냉각해야 하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이 기간에 해체계획을 수립하고 2022년 6월까지 정부 승인을 받은 뒤 시설·구조물의 제염과 해체(8년 이상), 부지 복원(2년 이상) 등을 거쳐 2032년 말까지 해체를 완료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