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신임 총리가 내각 인선을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유럽연합(EU)과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체제를 옹호하고, 카탈루냐 분리주의에 강력히 반대해온 인물들을 핵심 장관으로 중용했다.

6일(현지시간) 발표한 산체스 내각의 17명 각료 중 11명이 여성이다. 유럽 주요국 가운데서도 여성 장관 비율이 가장 높다. 프랑스, 스웨덴의 여성 각료 비율이 50% 이상으로 상대적으로 높지만 스페인은 65%에 육박한다.

페미니스트를 자처하는 산체스 총리는 부총리를 비롯해 국방·법무·경제·재무 등 주요 장관에 여성을 임명하며 쇄신을 꾀했다.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지난 1일 불신임 투표를 거쳐 실각한 마리아노 라호이 전 총리 내각과의 차별화를 꾀한 것이다.

카르멘 칼보 사회당 의원이 부총리 겸 평등장관, 마리아 헤수스 몬테로 전 안달루시아주 국무위원이 재무장관, 나디아 칼비뇨 EU 집행위원회 예산국장이 경제장관에 기용됐다. 외무장관엔 카탈루냐 출신 반(反)분리주의자로, 유럽의회 의장을 지낸 호세프 보렐을 앉힘으로써 카탈루냐 분리독립에 반대하는 뜻도 분명히 했다.

총리직을 자동 승계한 산체스 사회당 대표의 정치 입지가 아직 굳건하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스페인 역사상 총선을 거치지 않은 첫 총리여서 조기 총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의회 350석 가운데 사회당 의석이 84석에 불과해 급진 좌파 정당인 포데모스와 카탈루냐 분리독립 정당 등과의 협력을 모색해야 하는 부담도 크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환영 의사를 밝혔다. 스페인 최대 은행 방코산탄데르의 아나 보틴 회장은 트위터를 통해 “경제장관에 칼비뇨를 기용함으로써 EU 집행위원회 등에서 스페인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스페인 마드리드증시의 IBEX35지수도 회복세를 보이면서 이날 9791.60에 마감했다. 영국 정치컨설팅 업체 테네오인텔리전스의 안토니오 바로소 분석가는 “산체스 총리가 경제가 중심이 돼야 하며 그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평가했다.

추가영 기자 gyc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