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진형 증권부 기자
하지만 이번 삼성증권 사고는 공매도 폐지와 연관성이 전혀 없다. 삼성증권 사고의 본질은 ‘착오로 잘못 입고된 주식’이 시장에서 매도됐다는 데 있다. 없는 주식이 아니라 빌린 주식을 파는 공매도와는 엄연히 다르다. 국내에서 ‘무차입 공매도(naked short)’는 허용되지 않는다.
답변자로 나선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이 점을 강조했다. 그는 “삼성증권 사고는 공매도 제도 자체와 관련이 없다”며 “공매도 관련 규제를 위반하면 형사 처벌과 함께 부당이득 환수를 위해 과징금까지 부과하도록 법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리하자면 삼성증권 사고로 개인 투자자들의 공매도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이 재확인됐을 뿐이다. 공매도는 시장 효율성 차원에서 순기능이 많아 전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거래기법이다. 주가 거품을 방지하고 다양한 금융공학 상품 개발을 가능하게 한다. 주식을 공매도하더라도 되돌려주기 위해 언젠가 다시 사야 한다. 공매도는 400여 년 전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시장에서 사용됐다.
국내에서 공매도는 1996년부터 단계적으로 허용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공매도는 ‘악의 축’이란 오해가 가시지 않고 있다.
공매도 이슈가 터질 때마다 금융위 공무원은 한숨만 내쉰다. 공매도 폐지 여론이 들끓으면 대책을 마련하는 악순환이 10년 동안 계속돼왔다. 금융위기 이후 금융위는 공매도 제도를 열 번 가까이 손봤다. 지난해 8월 강세장에서도 공매도 과열종목 지정제도를 보완하는 대책을 내놨다.
이번에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증권 사고가 엉뚱하게 공매도 논란으로 번지자 개인투자자의 공매도 기회를 확대하는 대책을 내놨다. 시장에선 별다른 효과를 기대하지 않는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국민 화풀이’ 용도”라고 평가절하했다.
이런 소모적인 공매도 논란은 한국에서만 벌어지고 있다. 미국에선 1920년대 대공황 당시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있었지만 이내 사라졌다. 당연히 외국인 투자자들에겐 ‘미스터리’다. 사실 공매도는 해당 주식의 선물거래에서 매도 포지션을 취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이다. 한국 특유의 공매도 불신을 걷어내지 못한다면 한국 금융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요원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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