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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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홍콩H지수가 최고점을 찍었을 무렵 판매돼 이듬해 손실 가능 구간(녹인 배리어)에 진입했던 주가연계증권(ELS) 상당수가 수익을 낸 상태로 속속 상환되고 있다. 이달 초부터 홍콩H지수가 상승하며 12,000선으로 올라온 덕분이다. 전문가들은 “6월10일 이후 최종 만기가 돌아오는 ELS 중에는 2016년 초 홍콩 증시 조정 때 녹인 배리어를 터치했던 물량은 없다”며 “한때 한국 재테크 시장을 뒤흔들었던 ‘ELS 대란’이 마무리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지옥문’ 두드린 ELS들

증권사가 파는 ELS 대부분은 S&P500지수, 홍콩H지수, 유로스톡스50지수 중 2~3개를 기초자산으로 한다. 투자기간(통상 최장 3년)에 모든 기초자산이 가입 때보다 녹인 배리어인 50~55% 밑(장중 기준)으로 내려가지 않으면 약정된 수익을 받고 상환된다.

문제는 기초자산이 50~50% 밑으로 내려갔을 때다. 이 경우 6개월에 한 번씩 돌아오는 조기상환 기회 때 기초자산이 정해진 수준 이상으로 회복돼야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이 수준은 가입 당시 기초자산의 70~85% 이상으로 설정돼 있다. 이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한 채 최종 만기가 되면 낙폭이 더 큰 기초자산의 하락률만큼 손실이 발생한다.

2015년 2월 11,000선에서 상승하기 시작한 홍콩H지수는 그해 5월26일 14,801.94로 장을 마쳐 연중 최고점에 도달했다. 이후 홍콩달러 가치 하락에 따른 자본 유출로 조정이 이어져 2016년 2월12일 7505.37(종가)로 최저점을 찍은 뒤 가까스로 반등했다.

이 시기에 발행된 ELS 중 손실 가능 구간에 진입했던 ELS는 홍콩H지수가 13,700선 위에 형성돼 있던 2015년 4월9일~6월9일 두 달간 판매된 녹인 배리어 55%짜리 상품들이다. 이들 상품은 2016년 2월12일 홍콩H지수가 장중 7498.81을 찍자 한꺼번에 ‘손실 가능 ELS’로 전환됐다. 증권업계에선 2015년 4~5월 발행된 10조4321억원 규모의 ELS 중 절반인 5조원가량이 이때 녹인 배리어를 터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콩H지수 꼭짓점서 팔린 ELS, 웃으며 귀환
◆잇달아 무사 귀환

상심한 ELS 투자자에게 ‘희망의 빛’이 비치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홍콩 증시는 글로벌 경기 호황 등에 힘입어 작년 10월 11,000 고지에 다시 올라섰다. 이 무렵 5차 조기상환일을 맞은 손실 가능 ELS 중 일부가 수익을 내고 조기상환하는 데 성공했다.

2016년 2월 녹인 배리어를 찍었던 ELS 대부분이 지난 4월 초부터 돌아온 최종 만기일에 수익을 내고 상환된 것으로 추정된다. 2015년 최고점을 찍었던 날(5월26일)과 가장 가까운 시기(5월25일)에 발행된 ELS는 지난 25일 홍콩H지수가 12,407.75로 마감해 투자원금 대비 27~29% 수익을 내고 만기 상환됐다.

다만 홍콩H지수가 14,000 위에 있던 2015년 4월15~30일 판매된 ELS 중 일부는 15~20%의 손실이 확정됐다. 이중호 KB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이후 최종 만기일을 맞은 ELS 중 손실을 본 상품은 전체 발행 물량의 5% 미만인 것으로 파악된다”며 “어려움이 많았지만 ELS가 여러 금융투자상품 중 수익을 낼 확률이 높은 편이라는 게 입증됐다”고 말했다.

◆머뭇거리는 투자자들

하지만 수익을 확정지은 투자자들도 ELS 재투자를 쉽사리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홍콩달러 가치가 하락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홍콩 증시가 불안한 흐름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강우신 기업은행 한남WM센터장은 “비교적 보수적인 편인 ELS 투자자들이 트라우마를 겪은 뒤 한층 더 보수적이 됐다”고 말했다.

송종현 기자 screa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