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북한 문제 논의 위해 14일 긴급회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U
EU, 북한 문제 논의 위해 14일 긴급회의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U
국내 증시가 유럽발 불안 확산과 중미 무역전쟁 우려 재점화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은 이번 불안이 단기적으로 시장의 변동성을 확대시키겠지만 전체적인 시장 조정 양상으로 번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진단했다.

30일 오후 2시50분 현재 코스피 지수는 전날 대비 54.07포인트(2.20%) 내린 2403.18을 기록하고 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2440선에서 출발, 점차 낙폭을 키우더니 장중 한때 2400선 아래로 떨어지기도 했다.

이탈리아 정치 불안이 글로벌 증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연정 구성을 주도하고 있는 극우 포퓰리스트 정당 오성운동과 동맹당은 함께 마련한 내각 명단을 친 유럽연합(EU) 성향의 세르지오 마타렐라 대통령에게 제출했으나 거부당했다.

이에 오성운동 등은 정부구성권을 반납했고 이탈리아의 조기총선 가능성이 부각됐다. 현재 이탈리아에서는 조기총선이 유로존 탈퇴에 대한 국민투표 성격으로 확산되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이탈렉시트' 우려가 부각되면서 29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하락 마감했다. 일본, 중국, 홍콩 등 아시아 주요시장 지수들도 현재 1% 이상 하락한 상태다.

변준호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의 금리인상에 이어 유럽 역시 긴축을 시사하는 등 비슷한 움직임을 보이려던 시점에서 이탈리아 위기가 맞물려 떨어졌다"며 "이탈리아는 독일·영국 등에 이어 유럽에서 존재감이 큰 국가인데, 이런 경제 대국이 정치적인 불안을 겪는 것이 불안감을 확산시켰다"고 분석했다.

그는 이와 함께 이탈리아에서 확산되고 있는 극우 성향이 인근 유럽 국가들로 전염될 가능성 역시 노이즈를 키우는 요인이라고 진단했다.

변 센터장은 "이번 이슈는 정쟁불안 요인이 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언젠가는 해결될 이슈이지만 이탈리아 총선이 빨라야 7월, 보통은 9월로 예상되는 만큼 그 동안에는 노이즈를 안고가야 한다"고 전망했다.

다만 이번 이슈가 정쟁에서 촉발되는 이유인 만큼 노이즈가 지속되더라도 그 영향력이 점차 주춤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코스피는 2400에서 더 내려갈 위험성은 적다"며 "코스피 기업들의 이익 규모가 있기 때문에 더 내려가진 않겠지만 상승을 위해서는 다른 모멘텀이 있어야하는데, 제약 요인이 많다"고 덧붙였다.

서상영 키움증권 연구원 역시 이번 하락이 시장 전반에 대한 조정 양상으로 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 연구원은 "한국 증시가 대폭 하락한 이유는 이탈리아 이슈가 부각된 가운데 백악관에서 중국에 대한 추가 관세를 강행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미중 무역분쟁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이탈리아 이슈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이라며 "시장은 앞으로 주요 정당들이나 향후 선거 일정에 대해 예의주시할 가능성이 높아 선거 전 여론조사 결과 등에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 연구원은 이탈리아 오성운동과 동맹당의 정부구성권 반납에 대해서는 오히려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는 "이탈리아 위기 부각 이유 중에는 무디스가 최근 이탈리아의 신용등급을 낮출 수 있다고 시사한 내용이 포함됐는데, 오성운동과 동맹당의 포퓰리즘 정책이 재정상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며 "이를 감안하면 정부 구성안기 깨진 것은 더 좋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나타나는 현상은 하나의 이벤트일 뿐, 시장 전반에 대한 몰락이라고 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김소현 한경닷컴 기자 ks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