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죽지세로 오르던 코스피지수가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졌다. 중동 긴장의 수혜주로 꼽힌 방산 정유 해운 등 업종이 큰 폭으로 올랐지만, 반도체와 자동차 등 주도주는 폭락세를 면치 못했다. 이날 코스피지수 일간 하락폭(-452.22)은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락률(-7.24%)은 미국 경기 침체와 엔캐리 트레이드 청산 공포가 동시에 나타났던 2024년 8월 5일의 ‘검은 월요일’(-8.77%) 이후 최악이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약 377조원이 증발했다. 총 4769조4334억원으로 지난달 24일 이후 4거래일 만에 5000조원을 내줬다.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16.37% 급등한 62.98에 장을 마쳤다. 2020년 3월 19일(69.24) 이후 약 6년 만에 최고치를 나타냈다.장 초반만 해도 지수는 선방하는 듯 보였다. 오전 11시께까지 6000선을 지켜냈다. 정오에 가까워지면서 낙폭을 키우기 시작해 결국 5800마저 무너진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3.06%)의 두 배가 넘는 하락률로 마감했다.급락을 주도한 건 그동안 지수 상승을 이끌던 주도주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각각 9.88%, 11.5% 급락해 ‘20만전자’와 ‘100만닉스’ 타이틀을 동시에 반납했다. 로봇주로 변모하며 기대감을 키우던 자동차도 마찬가지였다. 현대차가 11.72% 밀렸고, 기아와 현대모비스는 11.29%, 9.38% 떨어졌다. 이날 코스피지수 전체 하락분의 63%는 삼성전자와 삼성전자우, SK하이닉스, 현대차, 기아 등 5개 종목이 만들었다.시가총액 상위 50개로 넓혀도 마찬가지다. 30개 종목이 하락률 5%를 넘었고 두 자릿수 하락 폭을 보인 종목도 10개에 달했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차익실
중동 사태가 격화하면서 원·달러 환율이 20원 넘게 급등(원화 가치는 급락)했다. 위험 회피 심리가 부각되자 외국인 투자자가 국내 증시에서 빠르게 이탈한 것이 환율이 급등한 원인으로 분석됐다.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오후 3시30분 기준)은 전 거래일보다 26원40전 오른 1466원10전에 낮 시간대 거래를 마쳤다. 이는 지난달 6일(1469원50전) 후 약 한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22원60전 오른 1462원30전으로 출발해 오전에 1459원대로 내렸다가 코스피지수 하락과 함께 급격한 상승으로 전환했다. 이날 상승폭(26원40전)은 지난해 4월 7일(33원70전) 후 11개월 만에 가장 컸다.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격화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히 고조된 것이 위험자산인 원화의 가치 급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분석됐다. 외국인 투자자가 위험 회피를 위해 유가증권시장에서 5조원어치 넘게 순매도하면서 원화 약세 흐름이 더욱 강해졌다.서울 채권시장에서 국채 금리는 일제히 상승(채권 가격은 하락)했다. 3년 만기 국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0.139%포인트 오른 연 3.180%에 거래를 마쳤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0.148%포인트 상승한 연 3.594%에 마감했다. 유가 급등 우려가 채권시장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유가 상승이 물가를 자극하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 인상 카드를 고려할 수 있어서다.최지욱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유가가 전년 동기 대비 20% 상승하면 오는 4분기부터 물가상승률이 2%대 후반으로 반등할 것”이라며 “이 경우 한은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강진규 기자
코스피지수가 3일 7% 넘게 급락한 가운데 증시 전문가들은 “낙폭이 과도하다”고 입을 모았다. 반등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이날 한국경제신문이 이건규 르네상스자산운용 대표, 안정환 인터레이스자산운용 대표, 김학균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이진우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 유종우 한국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 정상진 한국투자밸류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 등 전문가 6명을 긴급 인터뷰한 결과 이들은 “미국과 이란 간 전쟁이 얼마나 지속되느냐가 증시 방향을 결정할 것”이라면서도 “전쟁이 한국 증시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전문가들은 이번 전쟁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봤다. 지난해 6월 미국의 이란 폭격 직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지지율은 2기 취임 후 최저치인 41%를 기록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오는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부담을 줄 수 있다.특히 유권자들이 민감하게 여기는 유가가 뛰면 미국 내 지지율이 추락할 수 있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이 대표는 “산유국들이 다음달부터 대규모 증산에 나서기로 한 만큼 유가가 크게 오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며 “전쟁이 중장기적으로 증시에 악영향을 끼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센터장은 “1980년대 이후 전쟁이 증시를 장기 하락장으로 바꾼 적은 없다”고 설명했다.코스피지수가 6000 아래로 떨어지면 저가 매수에 나설 만하다는 게 대체적인 조언이다. 지수 5800선은 주가수익비율(PER) 9.6배 수준에 불과해서다. 지난 5년 평균인 10.4배를 크게 밑도는 수치다. 이 대표는 “반도체와 자동차, 원전 등 기존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