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을 해약했으면 하는데요.” 40대 남성 고객의 전화였다. 자녀 세 명의 교육비에 생활비, 부모님의 병원비를 견디다 보험료라도 줄여야겠다며 해약을 문의해왔다. 개인사업은 자리를 잡았지만 수입 대비 지출 규모를 줄이고 싶어 했다.

하지만 자녀 세 명을 둔 40대 가장에게 종신보험은 어떤 의미일까. 목돈 마련의 의미만 있는 저축보험이라면 안타까움을 느끼며 해약에 수긍했을지 모르겠지만, 어떤 순간에도 사랑하는 가족을 지켜야 할 가장(家長)에게 종신보험은 책임이자 의무이다.

종신보험은 가장 유고 시 가족을 위한 상품이다. 살면서 겪을 수 있는 각종 질병이나 재해의 위험을 대비하기 위해 특약을 추가하기도 한다. 여기에 가계 사정에 따라 보험료 납입을 일시 중지하거나 추가 납입이 가능한 유니버설 기능이 갖춰져 있다.

이 고객이 가입한 ‘변액유니버설 종신보험’ 역시 상품명 그대로 유니버설 기능이 있었다. 그래서 가장의 책임을 대신해줄 종신보험의 가치를 안내하며, 해약보다는 일시 납입중지를 활용해 보장만큼은 이어가자고 설득했다. 보험료 납입을 중지해도 보장은 일정 기간 유지된다는 얘기에 결국 고객은 해약에서 납입중지로 돌아섰다.

몇 개월 지나 고객으로부터 또 연락이 왔다. “지난번에 보험을 해약하려고 했었는데 어떻게 됐는지 모르겠네요? 큰 병원을 가보라고 하는데 보장받을 수 있는 건가요?” 오락가락하는 고객의 질문에 의아했지만, 보장은 문제없으니 쾌차하라는 말을 건넸다. 사망보장 1억6000만원, 치명적질병(CI) 진단금 5000만원…. 그러나 종합병원에 입원한 지 14일째 되던 날, 고객은 급성 알코올성 간경화로 세상을 떠났다.

그 후 현실은 고객의 아내가 남편을 잃은 슬픔에만 빠져 있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다. 남편의 사업장을 이어받고 세 아들을 챙기는 가장으로 바뀌어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해약하지 않았던 종신보험, CI보험 등에서 받은 보험금으로 생활비와 교육비를 충당하며 당장 생활을 걱정하지 않아도 됐다는 점이다. 몇 개월이 지나 주변 정리를 마친 고객의 부인은 나를 찾더니 종신보험부터 가입했다. 예기치 않게 가장이 된 부인의 선택에, 종신보험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됐다.

부부의 사연은 지금도 가슴 아픈 기억으로 남아 있다. 하지만 항상 고객을 먼저 생각하고 고객의 인생을 책임져야 한다는 생각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 그리고 매일 출근길에 나서며 말한다. ‘나는 고객의 소중한 인생을 설계하는 컨설턴트’라고.

조항순 삼성생명 강릉지점 컨설턴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