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회담 성사 여지 둬…더욱 '정교한' 중재역 고심할 듯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다음 달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히자 청와대는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하면서 더욱 신중한 대응에 나서고 있다.

이전까지는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를 이어 북미정상회담의 성공을 견인할 수 있으리라는 낙관적 전망에 무게를 실었으나 상황이 급반전하자 대응 태도를 좀더 조심스럽게 다듬는 모습이다.

그러나 일단은, 트럼프 대통령의 입장 발표에도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뜻이 반영된 '위임 담화'를 통해 북미정상회담 성사 의지를 놓지 않았음을 밝혀 청와대 역시 실효성 있는 중재 역할을 마련하는 데 고심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청와대가 앞서 보인 그간의 반응을 고려하면 문 대통령과 참모들은 이와 같은 변수가 발생할 가능성을 작게 점쳤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해석이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21일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향하는 대통령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북미정상회담은 99.9% 성사된 것으로 본다"고 말하는 등 회담 성사 확률을 매우 높게 전망했다.

그런 와중에 트럼프 대통령이 6월 12일로 날짜까지 적시한 북미회담을 취소하겠다고 밝히자 청와대가 그동안 정세를 너무 낙관적으로 봤던 게 아니냐는 평가가 나오는 것이 사실이다.

김계관 제1부상과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부상이 잇달아 북미정상회담을 재고할 수 있다고 밝히는 등 북미 간 긴장이 고조됐는데도 청와대의 대응이 미온적이었다는 비판도 있다.

일각에선 남북 정상이 핫라인 통화로 의견을 교환해 상황이 이같이 악화하는 것을 사전에 막았어야 했다는 지적까지 제기한다.

이러한 목소리를 제쳐놓고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취소 선언으로 6·12 북미정상회담의 성사가 불투명해진 만큼 청와대는 신속하면서도, 매우 조심스럽게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문 대통령은 24일 오후 11시 30분 임종석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과 외교·안보 관련 부처 장관 등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들을 관저로 불러 트럼프 대통령이 밝힌 입장에 담긴 진의를 파악하는 등 즉각 대응에 나섰다.

청와대 내부에서는 순항하던 비핵화 여정에 등장한 변수의 영향을 파악하면서도 후속 조치는 더욱 정교하고 차분하게 행해져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까지 청와대가 내놓은 반응은 참모들과의 회의에서 나온 문 대통령의 발언이 전부다.

문 대통령은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는 포기할 수도, 미룰 수도 없는 역사적 과제"라며 북미정상회담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성사시켜야 한다는 점을 변함 없는 목표로 세워두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디테일'은 신중하게 마련하자는 기류가 형성됐다는 이야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현재는 정상회담 당사자인 북미의 정확한 의중을 파악하는 게 먼저"라면서 "판이 되살아나는 쪽으로 어떻게 행보할 것인가는 그 분석이 다 끝나야 할 수 있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내부의 이런 분위기에 비춰볼 때 다행스러운 점은 북미가 정상회담의 성사 가능성을 닫지 않았다는 데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4일(현지시각)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부디 주저 말고 내게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말했다.

김계관 제1부상 역시 김 위원장의 입장을 담았다고 볼 수 있는 위임 담화에서 "우리는 항상 대범하고 열린 마음으로 미국 측에 시간과 기회를 줄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이로 미뤄볼 때 북미가 정상회담 성사 가능성을 열어둠으로써 비핵화의 전체적 '판'이 깨질 확률이 낮아진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순항하던 비핵화 여정이 고비를 맞은 만큼 문 대통령의 역할이 더 중요해졌다는 것이 중론이다.

결국 청와대로서는 국면 전환을 맞은 비핵화 정세 속에서 문 대통령의 구체적인 중재 역할을 한층 정밀하게 하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