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밤 10시50분께 나온 미·북 정상회담 전격 취소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서울역에서 TV로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밤 10시50분께 나온 미·북 정상회담 전격 취소 소식을 접한 시민들이 서울역에서 TV로 관련 뉴스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4일(현지시간) 다음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열릴 예정이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북미 정상회담을 목전에 두고 회담을 전격 취소했다. 큰 파장이 이는 가운데 향후 북미 관계,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3월 김 위원장의 만남 제의를 수용하면서 급속 해빙 무드로 전환하던 북핵 협상과 한반도 정세가 다시 안갯속으로 빠져들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이 밝힌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에서 "최근 당신들의 발언들에 나타난 극도의 분노와 공개적 적대감에 근거, 애석하게도 지금 시점에서 회담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느낀다"며 "싱가포르 회담은 열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최근 북한에서 잇따라 나온 강성발언이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으로 풀이되는 대목.

북한 외무성 최선희 부상은 24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된 담화에서 "미국이 우리의 선의를 모독하고 계속 불법무도하게 나오는 경우 나는 조미(북미) 수뇌회담을 재고려할 데 대한 문제를 최고지도부에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발언이 나온 지 몇 시간 뒤에 북미정상회담이 취소됐다.

북한은 이에 앞서 지난 16일 한미 공군의 연합공중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 훈련을 비난하며 당일 예정됐던 남북고위급회담을 중지했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제1부상도 같은 날 담화를 통해 "일방적인 핵 포기만을 강요하려 든다면 다가오는 조미(북미)수뇌회담에 응하겠는가를 재고려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 같은 분위기 속에 정상회담 준비를 위한 미국 측 접촉 요청에 북한이 응답하지 않았으며, 이 역시 회담 취소 결정의 중요한 배경이 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회담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측면이 더 크게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최근 북한으로부터 '최단시간 내에 비핵화를 완성하겠다'는 명확한 신호를 받지 못하자 결국 판을 깨는 선택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다.

실제로 미국은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를 요구해왔고, 일괄타결 방식의 신속한 비핵화 로드맵을 최대한 빨리 끝내겠다는 의지를 밝혀왔다. 반면 북한은 단계적·동시적 비핵화를 주장해왔다. 입장에 상당한 간극이 있었던 셈이다.

북한이 선제적 핵포기에 반발하면서 회담 개최를 위협하는 태도를 이어가자 판을 깬 것으로 보인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북미회담의 성공 가능성이 작다고 봤다"고 언급한 것도 이러한 점을 감안한 설명으로 해석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이 회담을 취소하면서도 "언젠가는 당신을 만나길 고대한다"면서 "이 가장 중요한 회담과 관련해 마음을 바꾸게 된다면 주저 말고 전화하거나 편지해달라"고 밝혀 일정 시점이 지난 뒤 북미가 다시 회담 개최를 모색할 여지도 남아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경닷컴 뉴스룸 o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