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은 전환사채(CB)를 발행한 대가로 결산 때마다 파생거래 손실을 정산해야 한다.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발행되는 대부분 CB는 전환가 하향 조정(리픽싱)이 가능해 국제회계기준(IFRS)상 부채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CB 평가 손실은 장부상 숫자에 불과하지만 주가에 따라 그 규모가 커지고, 상장사마다 CB 회계처리 잣대도 달라 투자자의 혼선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코스닥 디스플레이 검사장비업체 폭스브레인은 지난 1분기 결산 때 CB 관련 파생상품 손실이 175억원 발생했다고 공시했다. 이 회사 자기자본(174억원)보다 많은 규모다. 올해 1분기에 두 차례 발행한 195억원 규모의 CB 때문에 발생한 손실이다. 젬백스(94억원) 리켐(91억원) 등도 같은 이유로 1분기 결산 때 수십억원 규모의 파생 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IFRS 기준서에 따르면 CB는 전환 주식의 수량과 금액이 확정된 경우 자본으로 인식할 수 있다. 하지만 코스닥에서 발행되는 대부분 CB는 리픽싱 조항이 있어 부채로 분류해야 한다. 주가가 떨어져 리픽싱이 되면 회계 손실이 발생하지 않지만 거꾸로 주가가 오르면 부채가 커져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다.

주가가 CB 전환 가격보다 오를수록 손실이 커진다. 행사가격이 1만원인 100억원 규모 CB를 발행한 회사는 결산 때 주가가 1만원 이상이면 그 차액만큼 손실로 인식해야 한다. 주가가 1만5000원까지 오르면 행사 가격과 차이인 5000원(전체 50억원)만큼 손실로 인식하는 구조다.

하지만 이는 현금 유출입이 없는 회계상 숫자일 뿐 실제로 회사가 입게 되는 손실은 없다. CB의 주식 전환이 이뤄지면 회계상으로는 자본금이 들어오면서 부채가 상계처리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실제 회사에 미치는 영향은 없지만 손실 규모가 크다 보니 주주들이 놀라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말했다.

CB 회계처리에 대한 상장사나 회계법인의 ‘눈높이’도 저마다 다르다. 한 회계사는 “감사 현장에서 분기 결산 때마다 할지, 주가가 전환가보다 얼마 이상 올라야 손실로 잡을지 등 CB 회계처리를 두고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선 금융당국이 참고할 수 있는 회계기준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