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생명보험사인 푸르덴셜생명은 최근 약사 등 전문직과 대기업 출신 젊은 고학력 인재들을 전속설계사로 채용했다. 50대 여성 설계사가 대부분인 국내 보험사와 비교된다. 푸르덴셜생명 관계자는 “주력 상품인 변액보험을 판매하기 위해선 보험상품 구조 및 투자 수익에 대한 이해가 높은 설계사가 필요하다”며 “전속설계사 역량을 보다 강화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다.

보험사들이 최근 들어 젊은 고학력 출신의 신입 설계사 영입에 주력하고 있다. 설계사의 고령화에 따른 수익성 하락을 막기 위해 우수한 젊은 인력 충원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018 보험연도대상] 보험사 "설계사도 고령화 문제"… 젊은 고학력 인재 채용 나선다
5060 설계사가 절반 육박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생명보험사의 전속설계사(대리점 소속 제외) 수는 12만2190명이다. 1997년 이후 지난 20년간 연평균 4.3% 감소했다. 이 기간에 조직의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됐다. 30세 미만 설계사 비율은 지난해 5.8%로 20년 전보다 16.0%포인트 감소했다. 반면 50세 이상 설계사는 40.7%로 30%포인트 증가했다.

조직의 평균 연령도 자연스럽게 높아졌다. 2016년 기준 생보 설계사 조직의 평균 연령은 46.4세로 7년 전인 2009년 42.1세에서 4.3세로 높아졌다. 설계사를 제외한 금융업 종사자(39.0세)와 제조업(40.7세)은 물론 전체 산업(41.5세)의 평균 연령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조직의 고령화 현상은 삼성·교보·한화 등 대형 생보사들이 주도했다. 대형사는 50세 이상 설계사 비율이 절반(47%)에 육박할 정도로 높은 반면 외국계 보험사는 22.3%에 불과하다.

문제는 보험설계사의 평균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험사의 생산성이 낮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안철경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젊은 설계사에 비해 고령의 설계사는 상대적으로 신규 고객을 만나는 활동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전속설계사들의 월평균 모집액(월납 초회 보험료)을 토대로 생산성을 조사한 결과 50세 이상 설계사 비율이 50%에 육박하는 대형사의 평균 생산성은 한 명당 51만3000원으로, 10년 전인 2007년 72만7000원에서 20만원 가까이 하락했다. 젊은 설계사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외국 보험사의 생산성은 68만6000원으로 비교적 높게 나타났다.

몸값 높아진 젊은 고학력 설계사

전문가들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험사들이 젊은 신입 설계사의 영입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말한다. 국내 청년 실업률이 급상승하고 있는 지금이 양질의 젊은 인력을 충원할 수 있는 적기라는 지적이다. 대형 보험사들은 젊은 고학력 설계사를 모집하기 위해 20~30대 4년제 대학 졸업(예정)자를 별도 채용 중이다. 젊은 설계사를 둘러싼 업계 간 경쟁도 치열하다.

외국계 보험사는 국내 보험사에 한발 앞서 젊은 고학력 설계사를 채용하고 있다. 메트라이프생명은 기존 단순 보험 영업에서 벗어나 고객의 재무설계와 자산관리를 전속설계사들이 전담으로 맡고 있다. 푸르덴셜생명은 설계사 대신 라이프플래너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라이프플래너로 채용되기 위해선 4년제 대학을 졸업해야 할 뿐 아니라 직장생활도 2년 이상 경험해야 한다는 것이 푸르덴셜생명 관계자의 설명이다.

보험시장의 성장이 한계에 이른 상황에서 젊은 설계사들을 영입해 육성하기가 더 이상 쉽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인 인센티브보다 근본적으로 생산성과 직업 안정성을 제고하는 구조적인 문제를 개선하는 데 역점을 둬야 한다”며 “이를 통해 장기적 관점에서 젊은 층을 신입 설계사로 영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